현성주 편집국장의 '식위민천(食爲民天)'
기자 수첩
식위민천(食爲民天)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
식위민천(食爲民天)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 먹는 일은 백성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일이라는 말이다. 조선의 제22대왕 정조는 재위 7년(1783) 흉년이 들자 3일 동안 감선(減膳)하면서 자신의 정사에 어떤 잘못이 있었기에 가뭄이 들었는지 지적해 달라고 요구하는 구언(求言)을 했다. 이때 정조는 “아!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食爲民天). 나의 한결같은 생각은 다만 백성들의 먹을 것에 있다”라고 말했다.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는 식위민천(食爲民天)이 인정의 기초였다.
정조도 그랬지만 세종대왕 역시 1419년에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밥을 하늘로 삼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종은 ‘요즈음 수해와 태풍의 재앙으로 인하여 해마다 흉년이 들어 가난한 자가 먼저 고통에 처하고, 직업 있는 백성까지도 굶주림을 면치 못하니 너무나 가련하고 민망하도다. 슬프다. 한 많은 백성들의 굶어죽게 된 형상은 부덕한 나로서 두루 다 알수 없으니. 감사와 수령과 같이 무릇 백성과 가까운 관원은 나의 지극한 뜻을 받아들여 밤낮으로 게을리 말고 백성들이 굶주려 헤매지 않도록 유의하도록 하고, 궁벽한 촌락에도 친히 다니며 두루 살피어 힘껏 구제하도록 하라. 만약 한 백성이라도 굶어죽는 자가 있다면, 감사나 수령이 교서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죄를 논할 것이다.’ 라고 세종실록에 기록했다.
우리 민족에게 밥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한 끼니로만 풀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밥이다. 우리나라 옛 속담을 보면 ‘먹고도 굶어 죽는다’ 이 말은 ‘욕심이 많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고,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는 ‘좀 안답시고 나서는 경우를 핀잔하는 말’이다. 그리고 ‘먹고 자는 식충이도 복을 타고났다’는 ‘모든 사람의 운명은 날 때부터 타고난 것임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먹기 싫은 음식은 개나 주지 사람 싫은 것은 백 년 원수’는 ‘싫은 사람과 같이 지내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고 ‘먹는 개도 아니 때린다’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때린다’ 등 등 밥과 관련된 속담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밥이란 존재는 밥은 사람의 마음을 대신하는 중요한 의미다. 그런데 밥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얼마 전 서울의 모 고등학교 교감선생님은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에게 친구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급식비를 내지 않았으면 밥을 먹지 말라”그리고 “밥을 먹지 말라, 꺼져라”고 막말을 하고는 “급식비 안 낸 학생들이 도덕적으로 해이하다”는 발언을 했다. 이런 말을 과연 교육자들이 할 수 있는 말인지 어이가 없다. 그리고 경상남도의 홍 아무개 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하고는 학생들에게 “학교에 밥 먹으러 오느냐”라는 막말을 하고 이어 이런 말에 학부모들이 문자로 항의를 하자 "항의 문자 보낼 돈으로 급식비 내라. 어릴 때부터 공짜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면 안 된다"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은 “저녁밥 잘 드셨습니까?” "밥 먹었느냐" 혹은 친한 사람들에게 "밥 한번 먹자" 그리고 누군가를 걱정할 때는 "밥은 먹고 다니느냐"라며 밥에 대한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이런 식의 행동을 보이는 교육자나 정치인들은 식위민천(食爲民天)이라는 조선의 대왕 말씀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사람은 음식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고, 맛있는 것을 먹거나 생각하는 것은 생활의 기쁨이자 활력이 된다. 사람들의 삶과 뗄 수 없이 함께 해 온 음식에는 사람들이 살아온 자연과 역사, 전통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생명과 힘이 되어온 밥은 우리 민족이 살아온 모든 역사가 담겨 있는 자취와 문화의 힘이다.
밥이 법이다. 라는 시가 있다. “우주의 중심은 어디? 식탁 한가운데 오른 밥 고가도로를 과속으로 달려와, 밥 앞에 무릎을 꿇네 뜨겁게 서려오는 하얀 김 밥이 무거운 법이네" 그렇다. 밥이 법이고 우주다. 왜냐하면 생명이기 때문이다. 제발 밥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특히 아이들한테.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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