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기자수첩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몇 년 전부터 ‘소통’이라는 단어가 우리사회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말 그대로 소통(疏通)이란 단어의 뜻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혹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그런데 지나가던 개도 알 수 있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왜 지금 와서 이렇게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까? 이런 현상 중 하나는 그동안 사람과 사람사이에 소통이 없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소통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그리고 즐겨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그동안 정치인들이 국민과의 대화를 안 했고, 만약 했더라도 정치인들의 말을 국민들이 믿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소통은 내 뜻을 상대에게 잘 전달하는 것과 상대의 의사를 잘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인데 둘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즉 훌륭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만큼 타인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아야하고, 자신이 상대를 설득하고자하는 만큼 상대의 진지한 대안 제시에 자신도 설득당할 수 있다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어야한다. 자신의 주장만 펼치고 상대의 의견을 묵살한다면 상대 역시 자신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역지사지 등이 소통에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이란 글이 있다. 이 글의 뜻은 동의보감이라는 의학서적이기 때문에 기(氣)나 피의 흐름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다. 즉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한의학의 주장으로 병이 들었다는 것은 기(氣)가 막혀 통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기가 원활하게 흐르면 아픈 곳이 없고 흐름이 막히면 제때 뚫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옆으로 터지거나 넘쳐흐른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우리 몸의 기혈은 모든 경락을 따라 순행한다며, 그래서 막힘이 없이 전신의 경락이 통해 있으면 건강하고, 아픈 곳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곳의 경락이 막히게 되면 그곳은 아프게 되고 막힘이 지속되면 질병이 된다. 이렇게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조직들은 서로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끊임없이 통해야만 한다. 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몸뿐만이 아니라 가족, 직장, 사회관계에서도 이 원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그래서 이 글을 ‘소통’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대입해도 전혀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 얼마 전 의정부 000의 문희상 의원이 ‘통즉불통 불통즉통’이라는 글을 사용하면서 여 야가 서로 소통하면서 지금의 어려운 정치, 경제, 사회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몇 년 전 조사이지만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소통 능력이 칠레나 폴란드, 터키보다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7개국의 정치권 소통 능력 국제 비교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46.5점을 나타내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터키(56.1점), 칠레(54.0), 폴란드(52.2점)이었고, 독일이 62.1점으로 가장 높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62.0점), 스웨덴(58.6점)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한 교수는 정치권의 소통 능력 부족은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과 국민의 권리 향유에도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국민 MC로 유명한 유재석씨는 소통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해라. 듣기 좋은 소리보다 마음에 남는 말을 해라”,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라. 하기 쉬운 말보다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라” 참으로 이 땅의 정치인들에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현성주 기자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