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을미년 양띠 해. 양처럼 선하고 의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기자수첩
을미년 양띠 해. 양처럼 선하고 의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2015년은 을미년 양띠의 해가 밝았다. 특히 올해는 양띠 중에서도 청양이라고 해서 매우 깨끗하고 신선하게 여기고 있다. 청양(靑羊)의 청(靑)은 ‘새로운’ ‘참신한’ ‘풋풋한’ ‘희망찬’ ‘신선한’ ‘맑은’ ‘산뜻한’ ‘젊은’ 등의 여러 가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상형문자(象形文字)인 양(羊)은 맛있음(味), 아름다움(美), 상서로움(祥), 착함(善), 좋음 등으로 해석되는데, 양(羊)자와 클 대(大)가 결합되면 아름다운의 미(美)자가 되고, 나 아(我)자와 결합이 되면 옳을 의(義)자가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양을 착하고(善), 의롭고(義), 아름다움(美)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했다. 즉 양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관념은 순하고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 있는 동물, 무릎을 꿇고 젖을 먹는 은혜를 아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현성주, 을미년 양띠 해. 양처럼 선하고 의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양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대체로 온순하다고 한다. 양이 마치 순한 동물의 상징처럼 되어 그러한 말이 통용되는 듯하다. 순한 사람을 보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하는데, 양띠인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양은 높은 곳에 오르기를 좋아하고, 맹랑하며, 잘 놀라기도 한다. 그래서 양띠인 사람을 방정맞다거나 경망스럽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성격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양과 염소를 구별하지 않았던 관계로 염소의 성격을 들어 양띠인 사람을 평가한 것이라 추측된다.
양(羊)은 동서양을 통해 언제나 희생의 상징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속죄양(贖罪羊)이 그 대표적 의미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양을 사람을 징벌하는 신에 대한 희생물로 바쳐졌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제사용으로 사용되었다. 양은 또 정직과 정의의 상징이다. 양은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정직성이 있다. 옛 속담에 ‘양띠는 부자가 못 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양처럼 양띠 사람은 너무 정직하여 부정을 못보고 너무 맑아서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성이 착한 탓에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며 오직 희생돼야 하는 양들을 보고 구한말 지사(志士) 김종학 선생은 양의 슬픈 운명을 우리 민족사에 찾는 듯이 이렇게 외쳤다. “흰빛을 좋아하는 우리 선조들은 심약하기 이를 데 없는 산양 떼를 빼어 닮아 오직 인내와 순종으로 주어진 운명에 거역할 줄 모르고 남으로, 남으로 강자에게 쫒기여 더 갈 수 없는 곳까지 밀려왔건만 동서의 강자들은 또다시 이빨을 가니 슬프다 양떼들이어! 또다시 얼마만한 곤욕을 치러야하고 못 참을 치욕을 사위어야한다는 말이냐! 뿔을 갈자. 그리고 행진을 멈추자 끝까지 왔으니 예서 더 갈 곳도 없지 않는가.
군장(群長)만 따라 가며 허약한 뒤를 보일 것이 아니라 군장을 중심으로 좀 더 둥글게 뭉쳐 날카로운 뿔로 울타리를 치자. 아무리 사나운 이리떼라도 어찌 감히 넘볼 수 있겠는가!“ 물론 개화기 우리나라의 무력함과 열강국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통탄을 토로한 울분이었지만 양과 우리 민족사를 비유한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양 꿈은 길몽이라고 한다. 가장 큰 예가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꿈이 대표적이다.
이성계가 초야에 묻혀 지내던 어느 날 양을 잡으려는데 양의 뿔과 꼬리가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 꿈 이야기를 들은 무학대사는 양(羊)이라는 한자에서 양의 뿔과 꼬리가 떨어지면 '왕(王)'자만 남게 되므로 임금이 되리라 해몽했다고 한다. 그리고 양의 해에는 위대한 학자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한다.
양띠 해는 기미, 신미, 계미, 을미, 정미 등 육십갑자에서 순행한다. 양은 12지의 8번째 동물로서 시각으로는 오후 1시에서 3시, 월(月)로는 6월에 해당하는 시간이며 방향으로는 남남서를 지키는 방위신이다. 양은 순박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지녔으며 이 해에는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양이 순박하고 부드러운 것만은 아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다툼이 거의 발생되진 않지만 한번 성이 나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이기도 하다.
2015년 을미년 양띠 해가 밝았다. 무리지어 다니지만 서로 싸움이 없고, 왔던 길로만 되돌아가는 양. 자연의 순리를 따르고 주어진 환경에 조화롭게 적응한 양.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양은 많은 교훈을 준다. 을미년 양띠 해. 양처럼 선하고 의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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