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농윤음(勸農綸音)
권농윤음(勸農綸音)
21세기에도 꼭 필요한 교서(敎書)
권농윤음(勸農綸音)이란 조선 정조시대 새해 첫날(음력 1월)에 임금이 어김없이 하던 행사로 나라의 근본인 백성에게 보내는 희망과 기원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것은 임금이 백성에 대해 단순한 새해 인사를 넘어 백성의 수고를 잊지 않고 먼저 헤아리겠다는 다짐과 약속이었다. 윤음이라는 것은 임금이 신하나 백성에게 내리는 훈유(교훈)의 글이다. 당시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던 농업을 육성시키기 위해서 임금이 이렇게 노력을 하겠다. 그리고 백성들은 국왕과 함께 발맞추어 농업에 힘써 국가 경제를 부흥하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정조 7년(1779년 1월 1일)의 기록을 보면 “'백성이 배부르려면 마땅히 힘쓸 것이 농사와 길쌈뿐이니 농부들이 자신의 일에 힘을 다하도록 일 년 내내 봄처럼 느끼게 하라 하였다”라고 되어 있다.
당시 조선의 환경은 그리 밝지 못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피폐해진 농업 생산력을 정조대에 들어와서는 많이 회복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모자란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정조는 국부(國富)의 원천인 농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또한 1792, 1794, 1797, 1798년은 극심한 흉년이 들어 전국 각지에서 재난구조 요청이 쇄도하였다. 그리고 1799년이 선왕인 영조(英祖)가 친히 적전(籍田 고려·조선 시대 권농책으로 국왕이 농경의 시범을 보이기 위해 의례용(儀禮用)으로 설정한 토지)을 경작한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였으므로 이를 기념하는 뜻도 겸하여 농업문제의 타개책을 널리 백성들에게 구하는 윤음을 내렸는데, 이것이 곧 ‘권농정구농서윤음(勸農政求農書綸音)’이었다.
조선의 임금과 중국의 황제는 당시 백성들에게 당부하는 글을 윤음(綸音)이라고 했는데 윤(綸)이란 실로 꼰 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윤음이란 실로 꼰 줄과 같은 소리라는 의미다. 중국도 그랬지만 조선의 임금도 전국의 백성들에게 당부하는 글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사학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이 내린 윤음은 전국의 지방 관리들에 의해 백성들에게 다시 선포되었다. 윤음을 들은 백성들은 서로서로 그것에 대해 의논하고 평가한다. 그 과정이 마치 실 뭉치에서 실을 뽑아내고 그 실을 꼬아 줄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해서 윤음이라고 했다. 임금이 전국의 백성들과 어울리는 행사는 사실상 권농윤음 반포가 유일했다. 그런 의미에서 왕의 신년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다름 아닌 권농윤음 반포였다. 어쨌든 이와 같은 윤음은 당시의 백성들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조선의 모든 산업은 농업이었다. 새해를 맞는 백성들의 최대 소망은 당연히 풍년이었다. 백성들은 이런 풍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백성들은 열심히 농사지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백성들이 열심히 농사지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바로 임금과 양반관료들의 마음가짐이다. 21세기 지금은 어떤가? 대한민국은 이제 농업국가가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되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지금 원하는 것은 현실로 느낄 수 있는 통일과 깨끗한 정치, 성숙된 정치, 청결한 정치 등이다.
권농윤음에는 올 한 해 임금이 농사지을 수 있는 기초를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백성에 대한 약속이며 의지이다. 그 의지가 현실에 맞고 또 백성들의 마음에 맞을 때 백성들은 희망을 갖고 생업에 종사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백성들은 절망하게 된다. 이런 약속과 의지를 21세기 지금의 대한민국에 적응시켜보면 어떨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의 모든 지도자들이 음력 1월 1일을 맞이하여 21세기에 걸 맞는 신(新)권농윤음의 반포를.
임금이 농사를 장려하기 위해 내린 정조시대의 교서인 권농윤음(勸農綸音). 지금 분명 대한민국에 반드시 있어야 할 ‘교서’다. 현성주 기자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