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지혜로운 권모술수를 사용하자'
기자수첩
지혜로운 권모술수를 사용하자
이제 막 출범하는 북경기지역 지방의회에 바란다
권모술수(權謀術數)라는 용어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문자의 뜻으로만 말한다면 ‘권(權)’은 원래 ‘저울’이라는 뜻이었으나 이것이 변하여 ‘일을 꾸미다’란 의미를 갖게 되었다. ‘모(謀)’는 ‘꾀’이며 ‘술(術)’은 ‘방법’이다. 그리고 ‘수(數)’는 ‘헤아린다’ 또는 ‘도모한다’는 뜻이다. 이 낱자들을 모아보면 ‘권모’는 ‘일을 저울질하여 꾀를 쓴다’는 뜻이고 ‘술수’는 ‘방법을 도모한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우리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권모술수’는 권세와 모략, 술수를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고자 꾀하는 술책. 혹은 남을 속이는 술책이라고 되어 있다. 말하자면 나쁜 뜻으로만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질식할 정도의 과밀한 사회이고 무서운 경쟁의 시대이다. 사람들은 서로 부닥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권모술수는 이러한 과밀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일종의 안전 운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권모술수는 약간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중국의 한(漢)나라 때 유향(劉向)이라는 사람이 지은 ‘설원(設苑)’이라는 책에 처음으로 ‘권모(權謀)’라는 말이 나온다. 그 책에 의하면 ‘사전계획’ 또는 ‘선경지명’의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술수(術數)’는 ‘방법을 꾀한다’는 뜻이다. 오늘날과 같은 무한 경쟁시대에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힘이라기보다는 불가지(不可知)의 권모술수이다. 그리고 정보화시대가 발달하면 할수록 권모술수는 더욱 각광을 받고 발달해 갈 것이다. 왜냐하면 권모술수야말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원(設苑)’에 의하면 ‘같은 권모(權謀)에도 정(正)이 있고 사(邪)가 있다. 군자의 권모는 옳고 범인의 권모는 나쁘다’라고 했다. 같은 권모술수도 그것을 쓰는 사람 또는 그 결과에 따라서 세상에 유익하면 정당한 것이 되고 세상에 해악을 끼친다면 나쁜 것이 된다. 이러한 권모술수는 본래부터 약자를 위한 것이었다. 강자가 힘으로 약자를 제압하려 할 때 약자는 정공법으로 맞설 수 없다. 그것은 무모한 짓이다. 따라서 지혜, 즉 권모술수로써 강자의 힘을 막아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권모술수는 강자의 행동 원리가 아니고 약자의 생존 전략이다.
이제 지방선거도 끝나고 새로운 지자체가 열렸다. 분명 지방자치시대 풀뿌리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궁극의 목표는 주민 복리증진과 생활환경의 변화이다. 그래서 지방의회의 모든 의결에는 지역주민의 희망과 요구가 충분히 반드시 수용돼야 한다. 그런 다음 의결권으로 얻어진 효용과 편익이 북경기지역 주민들에게 고루 배분돼야 한다. 그래야 주민 모두가 안정되고 수준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의회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의견제시권의 정착이다. 이런 의견제시권은 지방의회가 확실히 뿌리를 내려야 꽃을 활짝 피울 수 있기 때문에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책임진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달렸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내 지역에 대한 소상한 지식과 정보다. 그 다음이 지방의원으로서 확고한 소명의식이다. 그리고 겉과 속이 같아야 된다.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의정활동을 할 때 건전한 의견제시권 행사가 가능하다. 그래서 앞부분에 언급한 권모술수가 정말 필요한 것이다. 좋은 지혜와 진솔한 마음만이 북경기지역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참여를 중시하는 주민의 성숙된 자치의식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아무튼 지금 막 문을 연 북경기지역의 모든 지방의회에 지혜로운 권모술수가 많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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