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노원 교수의 ‘세상에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다’
사회복지와 사회안전망
‘세상에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다.’
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H. Maslow)는 인간의 욕구는 타고난 것이라고 주장하며, 욕구를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5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 욕구는 생리적 욕구(의 .식. 주)로 최하위 단계의 욕구이며, 2단계는 안전에 대한 욕구로 추위·질병·위험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욕구이다. 3단계는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로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애정을 주고받는 욕구이며, 4단계는 자기존중의 욕구로 소속단체의 구성원으로 명예나 권력을 누리려는 욕구이다.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발휘해 자기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려는 최고수준의 욕구이다. 이러한 욕구는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요인으로, 인간의 욕구는 낮은 단계에서부터 그 충족 도에 따라 높은 단계로 성장해 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 전반에서는 안정 및 안전의 욕구를 희망하지만 실제로는 1단계인 생리적 욕구조차도 해결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으며 심지어 가족의 동반자살까지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3일 60대 어머니가 넘어져 팔을 다친 사고로 세 모녀 일가족이 동반 자살했다. 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서울 송파의 반지하방에 살고 있던 세 모녀는 식당일을 하는 엄마와 병고에 시달리는 큰딸, 신용불량자 작은딸은 식당 일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월세와 공과금을 밀리지 않고, 주변에 손 벌리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역했다. 특히 마지막 저 세상으로 가면서도, 집세 그리고 공과금 20만원을 남긴 유서를 남겼다.
세 모녀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지독한 가난과 질병이다. 가난과 질병(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를)을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어 자살이라는 최악을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사건은 개인의 노력과 노동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절대빈곤의 한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골절상으로 잠시라도 일을 쉬면 곧바로(의,식,주) 생계가 불가능해지는 절대빈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동시에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허술한 사회안전망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는 60여년의 짧은 시간에 경제대국으로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서 있고, 국민 1인당 소득 25,000불을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목도 할 때 마다 왠지 슬퍼지고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는 이를 극복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6위, 국민 6명 중 1명은 연간 10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절대빈곤층이다. 이들의 욕구는 1, 2단계가 꿈이자 희망이다. 지난해 하위 20%의 빚은 25%로 늘어났고. 빈곤층의 빈곤화가 심화되는 현상이다. 더 큰 문제는 빈곤문제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사회적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상위 1%가 국민 전체소득의 16.6%, 상위 20%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OECD 중 2위를 기록한 부의 쏠림으로 인해 잘사는 모습이 크게 보이는 착시 때문에 빈곤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빈곤문제는 안으로 곪아가고 있고.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는 자본주의 모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 추구권이란? 모든 국민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가 행복 추구권이다. 이들은 분명 대한민국의 국민이요. 국가는 국민이 자기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자 의무이다. 제도교육에 따르면, 이런 권리는 이른바 생존권적 기본권이다. 그러나 세 모녀에게는 이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 개인은 가난뿐 아니라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롭고 해방되어야 할 권리를 갖고 있다. 국가는 국민에게 이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를 진다. 의료보험이라는 제도, 질병이나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비 등도 국민에게 그런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있는 것이다. 공과금은 국가가 개인의 가난과 질병을 퇴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개인이 내는 부담금이다. 의료보험, 전기요금, 상하수도요금, 개인이 내는 이런 공과금은 세금과 함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쓰인다. 그 사회안전망을 통해 개인은 가난과 질병으로부터 안전해질 권리를 국가로부터 보장받게 된다.
세 모녀는 세상을 영원히 떠나는 그 순간에도 사회안전망 구축에 쓰일 공과금을 납부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지금까지 공과금 납부가 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 모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가난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럴 권리를 국가로부터 보장받지 못했다. 그들은 신분상의 하자를 가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성실한 시민이었다. 그럼에도 국가는 이 한 가족, 세 모녀의 삶을 지켜주지 못했다. 아니, 국가는 그들의 삶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해당 구청은 이들이 (국가혜택)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절대빈곤층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찾아내 보호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빈곤층을 위해 좀 더 촘촘하게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글/ 송노원 교수(신한대학교 사회복지학과.대외협력 부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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