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산 목사의 인종차별에 관한 법률 제정
출처/
엠파스 영화검색에서
생각해 봅시다! 3월 21일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
인종차별에 관한 법률 제정, 유엔 권고 수용해야
지난 2014년 3월 2일,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조연상(루피타 니옹), 각색상을 수상한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이라는 영화가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언론과 세간의 관심 속에 극장에서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현재 누적관객 468,910명) 스티브 맥퀸은 흑인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고 신인 ‘루피타 니옹고’는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데뷔작으로 일약 오스카의 신데렐라가 되었다.
<노예 12년>은 노예 수입이 금지되었던 1841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통해 흑인 노예의 시선으로 바라본 당시의 실상, 그리고 제도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떨어뜨린 백인들의 비극적 역사를 그린 영화다.
뉴욕 주에서 자유인으로 태어나 가족들과 즐거운 삶을 누리던 바이올린 연주가 ‘솔로몬 노섭’은 공연을 제안 받아 가게 된 워싱턴에서 사기, 납치를 당해 노예수용소로 보내진다. 하루아침에 노예가 된 솔로몬은 자유인 신분은 물론 이름마저 빼앗긴 채 루이지애나로 보내진다. 노예주 중에서도 악명 높은 그 곳에서 12년의 노예 생활을 견디며, 생존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12년이 지나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캐나다인을 만나게 되어 기적적으로 구출되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노예 12년>이라는 영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언론이나 한국 사회를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도 요즘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두 가지 사건 때문일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통해 염전으로 팔려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강제노역으로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일명 ‘염전노예 사건’이며, 두 번째는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일하는 짐바브웨 출신의 조각가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수 등 이주노동자들이 2년 넘게 법정 최저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임금과 반인권적 노동 착취를 당한 사건이다. 이런 사건들을 접하면서 노예 12년의 이야기가 173년 전 미국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사실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우리사회에서도 버젓이 재현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올해 2014년 3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54주년이 되는 날이다.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샤프빌(Sharpeville)에서 인종차별적인 'pass law(흑인에게 신분 여권 소지를 의무화시킨 법률)'에 반대하며 평화적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에 의해 69명의 시민들이 희생 되었다. 이 사건 이후 1966년 유엔은 희생자들을 기리고,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매년 3월 21일을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지정했다.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고, 이로 인해 인종차별이 유발되기도 하여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을 금지할 것을 권고받기도 하였다. 2012년 8월 21~22일에 개최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81번째 세션에서 대한민국정부가 제출한 15, 16번째 정기 보고서 심의 후 최종권고에서 ①인종차별에 대처하기 위한 법적 장치의 부재, ②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귀화자격 제한, ③다문화에 대한 협소한 정책방향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지적하였다. 또한 위원회는 한국정부가 협약 제1조와 연결되는 차별금지사유를 모두 포함하고 시민과 비시민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인종차별의 정의를 국내법에 포함하도록 촉구하였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에 의하면 2014년 2월 말 현재 국내 체류외국인은 156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주민들과 이웃으로 공존하기 보다는 분리하는 요소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TV나 인터넷 등 미디어 공간에서도 인종 차별을 부추기는 표현이 남용되고 있는 것 역시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 중 하나이다. 지난 해 2013년 2월 민주당의 김한길 의원과 최원식 의원 그리고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각각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 세력이 중심이 되어 조직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거세게 반대하자 김한길 의원과 최원식 의원이 입법을 철회한 사건은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앞에서 언급한 2012년 최종 권고안에 한국정부가 인종차별을 금지하기 위하여 협약 제4조와 일치하는 차별금지법이나 다른 포괄적인 입법의 도입과 시행에 신속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여 한국정부와 국회는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가로막는 일부 집단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종차별 금지 내용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 그래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인종차별에 관한 법률 제정의 권고안을 즉각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1978년 12월 5일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Racial Discrimination)’에 가입하였다. 통상 국제협약은 그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인종차별적인 사건에 대해서 협약에 따라 이주민에 대한 인권적 관점에서 적절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누구도 다른 사람을 차별하거나 모욕할 권리는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다름과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며,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되는 상황이 가볍게 치부되거나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글/ 이재산(목사,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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