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윤의 경원선과 시베리아철도와의 만남
경원선과 시베리아철도의 만남(9)
(지난호 계속) 그동안 대북사업은 수익을 내기 힘든 경제, 정치 구조 때문에 기업에서 이미지 개선, 홍보용, 미래대비를 위해서 투자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 당국도 이제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신변안전보장제도, 이중과세방지제도, 통신통행자유권 등을 제정하여 남한기업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기본적으로 북한 당국이 원하는 업종은 자동차, 컴퓨터 산업 등 기간산업인데 비해서 남한에서 제시하는 사업은 주로 사회간접자본확충과 노동집약적 산업의 이동이기에 상충하는 면이 있어 업종 선택을 잘해야 북한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자유롭게 현장을 방문할 수 없고, 인프라가 부족해 물류비가 많이 들며, 직접 통신수단이 없고 투자의 안전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 등이 현재 북한에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다. 따라서 최혜국 대우와 조세감면, 수익을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는 시스템, 분쟁발생 때 남북 공동으로 해결하는 기구 구성,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또 한국 정부의 중재로 북한과 미국 간의 관개개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미국은 북한에 특혜관세를 부여하지 않아 북한 생산품의 경우 미국에 수출할 때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남북 간 경협의 내용과 방식 등 패러다임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경협의 전개방향과 정도에 따라 남북한이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을 공동선언문에 담았기 때문이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남한은 해로를 통한 수출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런데 앞으로 끊긴 철도와 도로를 복원해 육로를 트면 남한 경제권이 북한을 관통해 대륙권으로 편입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SOC)건설이 이뤄져 철도와 도로를 통하여 원·부자재와 제품을 수송하면 기업들은 물류비용을 원래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앞으로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풀면 국내 기업은 북한 지역을 우회수출 기지로 삼을 수 있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노동집약적 제품을 북한의 풍부하고 저렴한 인력을 활용해 만든 뒤 싼값으로 미국에 수출하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기적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하면 북한 지역을 중국 및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등을 연결하는 물류의 전초기지로 삼고 남한도 대륙권에 편입할 수 있다.
러시아에선 북한산 제품에 관세를 거의 물리지 않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개선돼 국내 기업이 더욱 많이 북한에 진출하면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유럽연합(EU) 시장 진출이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유리해진다. 철도가 연결되면 유럽지역으로 물건을 수송하는 기간 또한 해로(네덜란드 기준 22일)의 3분의 1인 1주일이면 가능하다. 북한과의 경협 폭이 더욱 넓어지면 러시아·CIS 국가가 보유한 원유, 천연가스 등 자원개발에 남북이 공동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남한이 외자유치로 자본과 함께 기술력을 제공하고 북한이 노동력을 대는 삼각 경제개발도 가능해진다.
북한으로선 경공업 육성을 통한 공업화로 경제난을 풀어야 한다. 또 당장 어려운 만큼 현실적으로 남한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남한 기업의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보장이나 과실 송금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 그동안 민간기업이 개별적으로 뚫어 진행해 온 남북경협을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서 원격 조정하게 되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북한 진출이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중소기업들은 대북 임가공 사업이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고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북한에 진출해 중소기업 전용 임가공 공단을 조성하고, 철도가 복구되면 공동 물류기지 건설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경협의 기본 틀을 짜서 남북 간 물자거래의 청산 결제와 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 협정 등 투자 위험을 줄여주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경의선 등 끊긴 철도와 국도의 연결을 통해 육지를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 동안 개별 민간 기업 단위로 이뤄져온 방식을 벗어나 곧 구성할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의 조율 아래 기업들이 남북 당국의 지원을 받아 경협에 속도가 붙으리란 전망이다. 남북경협은 재원확보가 급선무인데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내세워 외국 투자자를 끌어들어야 하며 장기 저리자금을 지원하는데 국민적 합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현재 공동선언문에 들어간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말의 의미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지하자원을 개발한다든지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통일 비용의 부담 내지 소득의 하향 평준화를 통한 균형 발전이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남북 간에 경제협력사업이 활성화 되리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계속) 글/김추윤 교수(신한대학교, 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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