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아베 총리,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을 천명하다
평화 플러스
일, 아베 총리,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을 천명하다
지난 4월 15일,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헌법 9조(일명 평화헌법)의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자위권’을 행사를 추진할 뜻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집단적자위권이란 다른 나라가 공격을 받은 경우 자신이 공격을 받지 않아도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격받은 나라(피공격국)를 원조하고 방위하는 권리를 일컫는 것인데요, 이는 일본의 헌법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유엔헌장 제51조에서 규정한 집단적자위권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국제법상 불법이고, 세계평화 지향에도 역행하는 만행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현 일본의 의회구조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헌법개정 대신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한 헌법해석 변경을 추진한다는 것인데요, 이는 패전의 후과로써 동북아 평화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마련된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반역사적 준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국 헌법 9조(평화헌법)에는 국제분쟁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 또는 무력행사의 영구적인 포기, 이를 위해 전력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하는 이른바 전수방위의 원칙이 명시되어, 일본으로 하여금 60여 년 동안 동아시아의 평화질서에 복무토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총리자문기구인 ‘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 간담회’(안보간담회)의 보고서를 통해 ‘집단적자위권은 헌법 9조가 허용하는 필요 최소한도의 자위권’ 범주에 포함된다는 내용을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일본 자위대가 견지해온 필요성∙비례성∙최소성의 원칙마저 내팽개친 것입니다.
일본의 현 주변사태 법을 통해 행사 가능한 개별적 자위권에 해당하거나, 집단적 ‘자위’가 아닌 집단적 ‘방위’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국내∙국제법적 정당성이 없는 것 들 뿐입니다. 결국 유엔이 보장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아베 총리는 사실 세계패권을 틀어쥐고 놓지 않으려는 미국을 등에 업고, 일본을 ‘보통국가’, 즉 자의적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변모시켜 전후질서를 파괴하겠다는 흉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각의 결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확정되면 이에 따른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개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주변국가의 우려와 격한 반발이 예상됩니다.
<격한 반응의 북∙중∙러와 한가한 반응의 한국>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이후 중국이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이 군사안보 영역에서 취한 역사상 유례없는 행보”, “평화적 발전의 길을 견지하고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하라”고 강력 비판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나라가 강하더라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한다”고 강경하게 발언했습니다. 이는 4월 말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방일 중, 중일간 영유권 분쟁지역인 조어도(일본명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미일안보조약 적용을 약속한 것과 맞물려, 일본을 내세워 對중국 포위전략을 더욱 다그치는 미국에 대한 경고도 담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뿐만 아니라, 시진핑 국가주석은 5월 21일 아시아교류및신뢰구축회의(CICA)를 아시아 지역의 안보협력기구로 만들자고 러시아에 공식 제안하며 “아시아의 일과 문제는 아시아인들이 직접 처리해야 하며 아시아의 안보 역시 아시아인들이 수호해야 한다”고 말하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아∙태지역에 평등∙개방적인 안보기구가 필요하다”고 맞장구 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구축의 맥락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추진까지 들고 나오면서 이에 대항해야 하는 중국, 러시아를 밀월관계로 몰아넣는 형국입니다. 얼마 전 서해 해상에서 대규모 중∙러 해군 합동훈련을 한 것도 이러한 정세를 확인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해외팽창과 재침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패권을 유지∙강화하고 주변 대국들을 견제하는 데 일본을 돌격대로 내세워 저들의 전략적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 일본 반동등의 조선반도 재침은 아시아 재침의 서막으로 될 것“ 이라고 극렬 반발하며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상륙이 갖는 본질적 위험성을 겨냥했습니다.
반면, 주요 당사국인 한국 정부는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일본 정부의 향후 방위 안보 논의와 관련해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항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반응하며 영역국 동의 원칙만을 재확인 했을 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자체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이 여전히 미국의 손아귀에 있는 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비롯한 지원 작전에 대해 영역국 동의 원칙에 기반한 한국의 주권행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것이기에 이같은 낙관은 공허한 것입니다. 게다가 아베 총리의 자문기구인 안보법제간담회 보고서에서는 ‘재외 일본인 보호와 구출을 위한 자위권 발동’과 관련, “영역국의 동의가 없어도 자위권의 행사로서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산케이 신문)고 명시되어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4월 23일 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검토를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을 재확인 하면서, 시퀘스터(예산자동삭감)에 따라 국방예산이 크게 감축된 상황인 만큼 동북아 역내에서 일본의 군사역할을 키우고, 미일간 안보부담을 적절히 공유함으로써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는 전략을 지속할 뜻을 내보였습니다.
<요원해지는 동아시아와 한반도 평화의 꿈>
한국 정부는 4월 하순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일3국간정보공유협정’을 양해각서(MOU) 형태로 추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는 2012년 이명박 정부가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을 추진하다가 국민의 반발로 좌초된 것을 다시 약속하는, 즉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을 맺는 것과 다름 아닌 것입니다. 게다가 4월에 있은 한미일안보토의(DTT)의 주요 의제가 ‘북한급변사태’에 대한 것이었으며, 이는 결국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역할에 관한 내용을 의논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새 주한미국대사에 한미일 3각 군사 동맹을 주창하는 ‘마크 리퍼트(Mark W. Lippert)가 내정되었다는 것은 한미일 3국간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추진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동의 과정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과거 동서냉전을 능가하는 전쟁의 먹구름이 이 땅 한복판에 다시 몰려들고 있습니다. 점차 가시화하는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에 한반도를 전면에 내모는 일에 한국정부가 적극 동참한다면 이는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일인가 하고 반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갑오농민전쟁과 청일전쟁 120주년을 맞아, 겸허하게 역사를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발췌/평화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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