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녀의 아빠, 민수 씨가 귀화 불허된 사연
생각해 봅시다
세 자녀의 아빠, 민수 씨가 귀화 불허된 사연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한국인과 결혼하여 세 자녀를 둔 티베트 출신 네팔사람 라마다와 파상(한국이름 민수)씨가 작년 5월 귀화신청을 했으나 최근 법무부로부터 귀화불허 판정을 받았다. 민수 씨는 한국에서 거주한지 16년째다. 한국인 부인과 결혼하여 8년째 살면서 세 자녀의 아빠요 장모를 모시고 사는 가장으로서, 한국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한국어구사 능력이 있으며 티베트 식당을 운영하며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거나 남을 해롭게 한 적 없어 귀화 조건을 다 갖춘 민수 씨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네팔에서 양탄자 수출업을 하는 아버지를 돕던 민수 씨는 98년 수입상을 만나러 미국으로 가다가 경유지인 한국에서 친구들을 만나 놀다보니 체류기간이 지나 버렸다. 이후 한국에서 결혼하기 전까지 8년 동안 이주노동자로 살아가게 되었다. 가진 돈이 다 떨어진 뒤로는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8년을 일했는데 그 중 1년 6개월 정도는 월급을 떼여 받지도 못했다.
민수 씨는 2006년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여 2007년 10월에 첫 아이를 낳았는데, 그즈음 티베트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의 독립을 요구하며 시위도중 많은 티베트인들이 죽었던 사건이었다. 그 때 민수 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되었고, 티베트 사람으로 이 사건을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인들에게 티베트를 친근하게 소개하려면 음식점을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생계도 해결하고 티베트도 알리자는 생각으로 2008년 명동성당 근처에 네팔·티베트 음식을 파는 ‘포탈라’라는 식당을 열었다. 그런데 5년 내에 재개발은 없을 것이라던 건물 주인의 말과는 달리 2011년 가게를 비우라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가게가 막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그대로 나가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투자된 1억 9천만원 중에 고작 보증금 2천만 원뿐이었다.
그때부터 강제 철거에 맞서 가게를 지키기 위한 생존권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와중에 철거과정에서 생존권을 위해 항의했던 민수 씨는 3가지 죄가 적용되었다. 크레인이 건물을 부수려는 것을 방해했다고 업무방해, 새벽에 크레인이 쳐들어와서 집회 신고를 할 겨를도 없이 집회를 했는데 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률 위반, 크레인을 움직이지 말라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들을 막았다고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된 것이다. 2년이나 지루하게 재판을 받으러 다녔지만 최종적으로 벌금 480만원이 확정되었다.
외국인이라서 차별을 당하는 것이 서러웠다. 그리고 아이들이 외국인 아빠를 둔 것에 대해 차별당하지 않고 살아가게 해주고 싶어 귀화를 결심하게 되었다. 2013년 5월 귀화신청을 했는데 최근 법무부로부터 귀화가 불허되었다는 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이유는 범죄경력과 품행미단정. 민수 씨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것이 결국 범죄가 되고 또 품행이 단정치 못한 사람이 된 것이다. 민수 씨는 범죄 사실을 인정 할 수도 없지만, 벌금까지 물게 되어 억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벌금형이 집행되면 강제퇴거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제는 강제퇴거까지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외국인의 귀화 요건으로 ‘품행이 단정할 것’이라고 정한 국적법 5조 3호에 대해, 어느 정도의 범죄경력이 불허 대상인지, 한번 불허 사유가 됐던 범죄 경력은 언제까지 재귀화신청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예측할 수가 없어 귀화허가 심사의 투명성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하며, 이미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국적취득 신청을 불허한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하니, 해당 법의 하위 법령 등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민수 씨 가족은 한국사회에서 선량한 사회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 1. 그들은 성실한 납세자이고, 2. 한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며, 3. 단란한 결혼 생활을 8년째 잘 유지하고 있다. 4. 또한 주변 어른들의 말처럼 애들을 셋이나 키우는 애국자 부모이다. 5. 민수 씨는 아빠로서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 따라서 법으로 정한 귀화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6. 국가 기관에서 통역이 필요할 때 네팔어, 티베트어와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드물어 민수 씨가 통역 자원 활동도 도맡아 하면서 국가에 대한 공헌도 적지 않게 하고 있다. 따라서 민수 씨의 귀화는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하며, 더 이상 ‘품행미단정’이라는 애매한 법 조항으로 인해 귀화가 불허되거나 차별을 당하거나 억울한 일이 당하는 또 다른 이주민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가족의 생존권을 위해 항의하다 발생한 벌금으로 귀화가 불허된 민수 씨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이 사연에 대해 한국의 많은 인권단체와 민수 씨 주변에 있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귀화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 또한 5월 28일(수) 오후 6시30분, 민수 씨와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티베트 식당 포탈라 종로점에서 민수 씨 가족에게 용기를 주고 벌금마련을 위한 후원행사와 토크콘서트도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글/이재산(목사,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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