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의 '내 고향은 천국'
생각해봅시다
내 고향은 천국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라고 고백하면서 죽음 앞에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며 담대한 신앙인이 되게 해 달라고 오늘도 기도해 본다. 나를 예쁘게 낳아 주시고 길러주시고 공부시켜 주시고 결혼까지 시켜 주셨던 부모님도 세월 앞에서 장사가 없듯이 어느 날 바람과 같이 사라지고 나만 혼자 고아가 되어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에 젖어 한없이 울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나님을 섬기며 산다는 것은 외롭지 않고 늘 기쁨 가운데 살아간다는 특혜가 있다.
하나님이 늘 옆에 있다고 생각하면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내 주변에 재산가로 알려진 어느 장로님은 한 번도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자기 수입의 10분의 1이 아니라 구호단체에서 필요한 예산의 10분의 1을 부담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고 한다. 교회 건축이나 선교 구제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세울 경우 자신의 몫이 10분의 1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기도하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의 신앙고백을 듣고, 40년가량 교회에 다닌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하나님과 출퇴근을 같이 하는 사이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고,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수도 없이 기도했다. 십일조 생활에 충실하지 못했으며, 교회에 바친 것보다는 바라는 것이 훨씬 더 많았다. 하나님은 초월적 존재로 그분과 나 사이는 감히 친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또 가까운 가족 친구 지인들을 위해 더 많은 물질과 시간을 썼으며, 아내와 자식 친구들이 오래도록 내 곁을 지켜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인생은 나그네이다. 나그네는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을 말한다. 고향은 영혼의 안식처이다. 고향은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인간은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향을 찾아가고 싶어 한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의 인생은 외롭고 고단하다. 하물며 영혼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의 인생은 어떠하겠는가?
사육신 중의 한 분인 성삼문의 마지막 노래는 영혼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에 깨어진 기왓장 위에 한 수의 시조를 적는다.
‘북소리는 목숨을 재촉하는데, 돌아보니 지는 해 서산을 넘어 저물어 가는구나!
아 황천길에는 여관이 없다는데, 오늘 밤은 뉘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가.’
영혼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은 죽어서도 편히 쉴 곳이 없다. 효봉 스님이라는 불교의 유명한 고승이 있었다. 이 분은 일제시대에 판사를 하셨던 분인데, 자신의 오판으로 인하여 무고한 사람을 사형을 시킨 후 양심의 가책을 못 이겨 금강산에 들어가 수도승이 된 분이었다. 그는 입적하시면서 마지막 남긴 말은 "무(無), 모든 것은 무(無)다"라고 했다. 영혼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이 인생에서 하는 일은 모두 허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생길은 영원한 아버지의 품속을 찾아 가는 나그네 길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늘 고향을 찾아 나선 거룩한 나그네들이다. 자신이 거룩한 나그네임을 아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다르다. 나그네는 세상에 집착하지 않는다. 삶이란 한 술 밥과 한 평의 잠잘 곳만 있으면 충분하다. 사람이 날 때와 죽을 때를 보면 묘한 교훈을 얻는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에는 주먹을 꽉 쥔다. 그런데 떠나는 날에는 손을 쭉 편다. 땅 위에 쌓아 놓는 것은 하늘로 가지고 갈 수가 없다.
떠나야 할 나그네들은 선한 일에 힘써야 한다. 이웃을 위하여 좋은 일을 하고 하나님을 위하여 물질과 시간을 바치며 서로 사랑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땅에서는 흔적이 남지 않지만, 하늘나라에는 보화로 쌓이는 것들이다. 나그네는 고향을 사모하는 열정이 있다. 나그네는 고향에 가는 것이 소망이다.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 오 거룩한 곳 아버지 집, 내 사모하는 곳에 가고자 한 밤을 새웠네" 천국 고향에 가고자 하는 강렬한 소원이 없다면, 그것은 당신이 이 세상에 연연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그네는 쓸데없는 짐들은 버리고, 꼭 필요한 짐만 가지고 간다. 버려야 할 짐은 이 생의 자랑, 육체의 정욕, 안목의 정욕이다. 꼭 필요한 짐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성경이다. 성경은 인간 나그네의 안내서요, 순례자의 지팡이며, 조종사의 나침반이요, 십자가 군병의 무기이고, 크리스찬의 생활 헌장이다. 거룩한 나그네는 죽음을 준비하며 매일매일 찬송과 기도로 하나님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자이다.
글/ 박태원 (본지논설위원, 양주사랑포럼회장, 예원예술대학교 양주캠퍼스발전위원장, 초성초등학교장)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