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공천폐지, 강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
기자수첩
공천폐지, 강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
지난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등은 모두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당시 유세에서 지방의회를 거론하며 “여러분의 독립성 확보가 무척 중요한 과제”라며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여러분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드린다.”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 걸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모 의원은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 위헌적이고 실효성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방분권이라는 자치기능에 있어 광역자치단체장 및 광역의원,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원 간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며 "합리적 이유 없이 유독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만을 다른 지방선거의 후보자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라며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후퇴와 함께 정치 분야의 대표적 약속파기 사례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공약한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입법화해야 할 정개특위는 여당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실천할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정당공천제 폐지 같은 공약을 이행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연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이 꼭 필요한지 아닌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민주주의란, 국민들 스스로가 정치에 관여하고 그것을 정치의 기본으로 여기며 국민들이 국사를 직접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른바 지금과 같은 대의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라고 해서 중앙 정치권이나 국회가 모든 것을 결정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국민들이 직접 결정할 수 없는 것에 한해서 정당이나 대의기관에서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취지와 정신에 맞는다고 봐도 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정치 선진국에서는 중앙당 공천이라는 게 없다. 그럼 한국의 정당들은 이런 개혁을 왜 기피하고 있을까? 그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제도의 변경에 따른 혼란을 이야기한다. 이런 이유들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중앙공천제의 폐지로 인한 정치발전과 국가적 이익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이다. 먼저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 대해서 민주주의는 분명 이런 혼란과 시련을 통해 발전했으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중앙공천으로 의원들을 통제하게 되면 여러 가지 혼란을 막을 수는 있다는 이야기는 마치 어린아이에게 걸음마를 시키면 넘어져서 다칠 우려가 있으므로 계속 기어 다니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정당공천제 폐지는 사회적 강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진출이 늘어나고, 지방자치제라는 풀뿌리 생활정치가 더 활발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공천제가 계속된다면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이어 간다는 의미에서 지역 국회의원의 하부 조직이나 지역관리자로 전락 할 우려가 많다. 또 인물보다는 정당을 선택 할 가능성이 많고, 돈 많은 토호세력들이 지방의회를 장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가 바라고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정신은 약화 될 것이다.
어쨌든 기초의원들에 대한 정당공천의 단점은 너무 많다. 이 제도는 비민주주의적이어서 한마디로 실력자, 힘센 자들만 좋은 제도다. 우선 국회의원 공천을 보자. 공천을 받으려면 실력자에게 줄을 서야 한다. 맨입으로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실력자의 공천을 받아 당선이 되면 의정생활도 그 실력자의 지시, 부탁, 생각에 따라야 한다. 결국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이 아니라, 공천을 준 사람, 예를 들면 중앙당 핵심간부나 계파 보스를 위한 의정활동이 되는 것이다. 공천과정에서의 금품수수는 바로 정치부패요, 불법인 것이다. 또 기초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도움 없이 공천을 받을 수 없다. 여기서 먹이사슬이 생기면서 정치부패가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여러 언론을 통해본 결과 요즘 행정전문가 대다수와 국민의 절반 이상은 현행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는 얼마 전 한국지방자치학회에 위탁해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교수, 연구원, 정치인, 공무원 등 행정전문가 212명과 일반국민 1000명으로 구분해 실시됐으며, 전문가는 인터넷 및 직접 배부조사를 병행 실시하고, 일반국민은 전화를 통해 조사했는데, 조사결과 행정전문가들은 응답자의 무려 86.8%가 ‘정당공천제가 폐지돼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행정전문가들은 공천제가 폐지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능력과 상관없이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는 풍토'(49.5%)라며 이어 그들은 '공천과정에서 나타나는 비리와 부정부패 근절'(27.7%), '지방자치 단체장의 소신 있는 지방행정 수행 확대'(22.3%) 라고 말했다.
이런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서 필자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는 공천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 등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지방정치에 대한 중앙정치의 예속화 등 지방자치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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