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의 '어머니와 양부(養父)'
생각해 봅시다
어머니와 양부(養父)
며칠 전 김동길 교수, 김동건 아나운서, 가수 조영남 세 사람이 TV좌담프로에서 그리운 어머님이란 소재 아래 대담하는 것을 봤다. 김동길 교수는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 어머니는 삯바느질, 동네 어려운 일을 하며 누나 김옥길을 이화여자 대학교까지 공부를 시켜 교수, 이화여대 총장 및 교육부장관까지 출세시키신 어머니 얘기를 했고, 김동건 아나운서는 3살 때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이모님이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대학까지 보내 주셔서 오늘날 자기가 있었다며 낳아준 어머니와 길러준 어머니(이모님)가 계셨다고 얘기를 하였다. 가수 조영남씨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시골 초가집에서 살았는데 어머니는 교회 권사셨지만 셋방살이하는 사람이 가짜 꿀을 파는데 찬송가를 불러가며 도우셨다며 어머니의 그리움에 웃음 반, 눈물 반으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김동길 교수는 동네사람들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여자를 대학까지 공부를 가르친다고 동네 아낙네들이 쑤군거리며 평양기생을 시키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텐데.. 하며 비웃던 얘기를 하며 “고달픈 삶 속에서도 자식을 공부시키신 어머니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는 우리의 주권과 재산을 빼앗은 일본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하고 감옥에 있는 아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인줄 알아라. 살려고 몸부림치지 말고 의연하게 목숨을 버리거라. (중략)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보내니 이 옷을 입고 죽음을 맞이하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내세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하나님의 아들)가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일제의 강압 속에서 안중근 애국지사가 탄생된 것은 용감하고 애국심이 지극했던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고 영원히 아름답다. ‘여자’는 자신을 돋보이려고 하지만 ‘어머니’는 자식을 돋보이려고 하고 이 세상에 ‘어머니’는 오직 한분 뿐 이다. 특히 대한민국 어머니 대부분은 훌륭하신 분이 많다.
어머니의 사랑에 86세 노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며 아버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미국의 레슬리 킹 주니어의 아버지는 돈 많은 금발 미남이었지만 걸핏하면 어머니를 손찌검을 했다. 아내에게는 신혼 첫날부터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남자에게 미소를 지었다며 폭언과 폭행을 했다. 남편의 폭력 때문에 킹의 어머니는 킹이 두 살 때 남편과 이혼을 하고 페인트상 제럴드 R 포드와 어린 킹을 데리고 재혼을 한다. 새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란 제럴드 R 포드 주니어는 양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에 행복하게 살았고 미식축구 선수로서 명성을 날렸다.
어느 날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열여섯 살 포드에게 한 중년신사가 찾아왔다. 포드와 똑 닮은 중년신사는 "내가 네 아버지"라며 포드를 고급차에 태우고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은 후 "함께 살자"고 했지만 포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집에 돌아온 포드는 부모에게 이날 일을 말씀드린 후 평생 생부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포드는 미시간대와 예일 법대를 장학생으로 다녔고 1974년 미국 대통령이 됐다.
미혼모 아들 스티브 잡스를 입양한 잡스 부부는 가정형편이 넉넉하지도 못해 중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그러나 입양 때 잡스 생모에게 약속한 대로 잡스를 대학교까지 공부를 시켰다. 잡스가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창업할 땐 집 안에 있는 차고(車庫)를 내주고 어머니는 차고 청소도 하고 손님도 맞으며 아들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잡스는 평생 '양부모'라는 단어를 싫어했다. 사랑과 헌신으로 키워준 잡스 부부를 유일한 부모로 여겼다. 그는 친부모가 낳은 여동생을 20년 전 수소문해 만나 아끼고 사랑하며 지냈지만 친부모에겐 끝내 연락하지 않고 살았다.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를 하면서 자신이 입양된 미혼모 아들이라고 밝혔다. 생부 압둘파타 잔달리는 이 연설을 보고서야 잡스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았다.
세상 사람들은 잔달리가 잡스에게 이메일을 보내 보고픈 마음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보도되면서 잡스가 양아들로 자라게 됨을 알게 된다. 대학원생이었던 잔달리 커플은 잡스를 임신했지만 잔달리가 시리아인이라는 이유로 여자 집에서 반대가 심해 결혼하지 못했다. 여든 살 잔달리는 "잡스를 길러준 부모가 진짜 부모"라고 했다. 그리고 "아들의 인생에 한 부분이 되지 못해 슬프다"며 괴로워했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의 무게를 달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버지 되기는 쉬워도 아버지답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훌륭한 아버지가 되려면 사랑과 정성을 다해 키우고 아들과의 약속을 지켜줄 때 아들은 나이를 먹어도 아버지를 생각하며 행복해 할 것이다. 아버지들은 어머니처럼 자기를 희생하며 살아갈 때 자식들은 영원히 아버지를 못 잊을 것이다.
글/ 박태원(본지논설위원, 예원예술대학교 양주캠퍼스 발전협의회장, 초성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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