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의 '충격과 아픔을 준 갑오년 청마의 해'
충격과 아픔을 준 갑오년 청마의 해
지금부터 120년 전 우리 국민에게 가장 크고 놀라운 충격을 준 사건은 청일전쟁(淸日戰爭)이다. 갑오년 청마의 해인 1894년 약 10개월 동안 평양은 청일전쟁의 비참한 전쟁터가 되었다. 당시 열여섯 살 난 소년 도산 안창호 선생은 청일전쟁의 비극적 광경을 목격하고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커다란 충격에 빠져 고민을 하게 된다. 일본과 청국이 싸우면 청국 땅에 가서 싸우거나 일본 땅에서 싸울 일이지 어째서 한국 땅, 평양에서 전쟁을 벌이는가? 우리정부는 왜 외국 군대를 나라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는가?∙∙∙
청일전쟁 때문에 명승고적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되고 일본 군인들이 한국 부녀자들을 마구 강간하고 청국군은 한국 사람을 때리고 소, 돼지를 마음대로 잡아먹고 그것도 모자라 물질을 뺏고 머슴 부리듯 마구 부려먹는가. 도산 안창호 선생은 몇 날 며칠을 밤낮 없이 생각한 끝에 하나의 명백한 결론에 도달했다. 온 국민 대부분이 자기 이름도 못 쓰는 무식쟁이였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양반들은 자기들이 주도권을 갖고 국민들을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욕심에 전 국민 5%만 공부를 시키고 나머지는 무식한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안 도산 선생은 학교를 세우고 선생님을 귀하게 여겨야 국가가 크게 흥한다고 외친다.
온 국민은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 심정으로 존경하며‘돌을 씹더라도 공부를 해야 성공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작지만 모든 국민이 공부를 한 덕분에 오늘날 경제대국이 되었다. 지난해 12월 26일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했다. 이날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모택동 탄생 120주년 기념일이다. 역사 교과서를 통해 일본의 만행을 익히 알고 있던 중국 인민들은 120년 전의 아픈 상처를 기억하며 분노한다. 30만 명 이상의 양민을 무차별 살육한 난징대학살(1937) 당시, 일본군의 잔인함에 치를 떠는 중국 사람들은 영웅으로 숭배하는 모택동의 생일에 다시‘만행’을 저질렀으니 더 분노하며 치를 떨 수밖에 없다. 이 때 중국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일본에 대한 압박을 높이던 중 불씨가 남중국해로 튀어 필리핀, 베트남, 대만 등 중국과 영유권 다툼 국들도 심기가 매우 불편하게 된다.
중국 중심의 전통적 국제질서에 일대 전환점이 된 것은 청일전쟁 때문이다. 패전한 중국(청)은 대만을‘섬나라’에 넘겨줘야 했고 천문학적 배상금까지 일본에게 주었다. 청일전쟁을 승리한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 등 일제 식민지화를 노골적으로 앞당기는 계기로 삼는다. 우리나라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만주국까지 쳐 들어가 우리 땅(고구려)을 삼켜 버렸다.
청마의 해, 그로부터 120년이 흘러 2014년 청마의 해를 맞은 필자는 기분이 씁쓸하다. 갑오전쟁 패전의 혹독한 대가를 치른 중국은 오늘날 세계 강대국 1위를 놓고 미국과 경쟁을 벌리고 있다. 중국은 1894년 갑오년 평가를 치욕의 해로 반성하는 거울로 삼고 6.25 전쟁 정전후인 1954년 갑오년은 신중국 발전의 기택을 다진다. 2014년 중국은 사설에서“예전에 중국은 세계정치 무대에서 엑스트라(단역배우)였지만 지금은 주연”이라고 자찬한다. 앞으로 중국은 일본과의 거리를 두고 동남아 지역을 주도하는데 우리나라와 손을 잡고 서로 협력하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전 세계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 입장에서 일본은 중요하지 않다”는 표현 등을 보면 자신감도 충만한 것 같다.
세계 최대 무역대국 부상을 앞 둔데다 군사력도 세계 2위인 중국은 자신을 짓밟았던 일본을 상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다. 120년 전 청나라는 조선 요청을 받아 조선 백성과 자국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군대를 파병했다고 주장하고 일본도 독립국인 조선에 대한 청나라의 간섭을 막기 위해 군대를 진주 시켰다고 강변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은 군사력, 경제력, 세계적 위상이 상위권으로 높아졌다. 중국은 한국과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일본과의 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 사람들은 한국 주도의 남북통일이 중국 국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일본 역시 중국과의 갈등에서 한국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아베총리는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성경 요한계시록에 청황색 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예언가들은 청황색 말이 대학살과 3차 세계대전을 뜻한다고 해석한다. 올해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지 꼭 100년 되는 해이고 2차 대전이 발발한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한테 패한다는 사실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알면서도 신(神)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고 진주만 공격을 가했다가 미국한테 항복을 하지 않았는가. 2014년 갑오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 김정은은 양면정책을 펴고 있는 이때, 청마는 언제나 행운을 가져다주는 그런 존재로 남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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