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옥 선생의 송서율창
우리의 멋을 찾아
선조들의 슬기로운 지혜가 담긴
송서 율창의 예능 보유자 한병옥 선생
“한시나 명문장에 음률을 넣어 읊조리는 송서 율창(誦書 律唱)이야 말로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이나 정서함양이 중요한 청소년들에게 다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옛 선비들의 유유자적하며 읊조리던 송서 율창의 멋을 오늘에 되살려 정신과 물질이 조화를 이루고 풍류와 낭만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격조 있는 선비문화
송서·율창(誦書 律唱)이라 하면 시나 산문으로 된 글을 노래조로 읊는 일이라고 사람들은 알고 있다. 절대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송서는 산문으로 된 한문을 노래조로 읊는 것을 말하고, 율창은 오언율시(五言律詩)나 칠언율시(七言律時)와 같은 한시(漢詩)를 노래조로 읊는 것을 가리키는데 시창(詩唱)이라고도 한다. 한시는 신광수(申光洙)의《관산융마(關山戎馬)》를 비롯해 권근의 영남루시, 심영경의 경포대 죽서루시 등 조선시대에 창작된 작품으로 율창의 곡조가 시조와 비슷한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서울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지방으로 퍼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송서와 율창은 문자에 가락을 실어 글귀를 쉽게 익히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기도 하다.
이렇게 훌륭한 선조들의 지혜가 하마터면 사라질 위기도 있었지만 이런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킨 분은 시원(蒔園) 이윤형(李允瀅) 선생이다. 그리고 현재 송서 율창의 보급과 발전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분은 경기도무형문화제 32호 송서 율창 보존회의 한병옥(83세 사진) 선생이다. 동두천에서 60여 년을 생활했으며 30년 넘게 송서 율창의 보급에 애쓰는 한병옥 선생은 자신의 스승인 이윤형 선생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연천군 전곡읍 양원리에서 출생한 이윤형 선생은 7살 때부터 서당에서 천자문과 계몽편, 동몽선습, 통감, 맹자 등을 배웠고, 14살 때 성균관 시험감독이었던 백남열(당시 75세)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한학을 수학, 1967년부터 이담시우회(伊淡詩友會)에 참여해 활동했으며 1980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한학의 중요한 전승체계인 송서, 율창 부문의 복원과 전승활동을 전개했습니다. 특히 전통문화의 미개척지인 경기북부지역의 국악 활성화와 대중을 향한 전통예악의 보급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송서는 시문을 암송하는 것으로, 정확한 시문과 수려한 문장을 태연자약하며 온후하게 읊는 것을 말합니다”
‘글 읽는 소리’의 매력
21세기 고도로 발전한 물질문명은 정신문화와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개인의 삶과 그 사회가 향유하는 문화의 질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면서 동양의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인식이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오랜 세월을 한자 문화 속에서 살아온 우리 선인들이 터득한 방법이 송서 율창인데, 한자와 한문을 익히는데 일정한 율조에 맞추어 느긋하고 운치 있게 몸을 흔들며 시상에 심취하여 풍류를 즐기는 듯 독서성(讀書聲을 내며 공부하는 이러한 학습법은 표의문자(表意文字)인 한자의 문자적 특성과 한자를 표현하는 언어적 특성에 대응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송서 율창이라는 것이다.
“제가 아는 어느 교수님은 일본에서 교환교수로 재직할 때 일본학생들에게 춘향전을 강의하면서 이도령의 ‘글 읽는 소리’에 대해 설명하기가 매우 난감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글 읽는 소리’가 학문의 길이나 혹은 선비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무인지배사회였던 일본인들에게 ‘글 읽는 소리’가 뜻하는 깊은 의미를 전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합니다” 서당에서 어린 아이들이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라는 글들이 많은 고문들에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이 소리가 너무 좋아 서당 앞 우물가 아낙네들이 이 소리에 넋을 잃고 물동이 이기를 잊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선조들의 글 읽기는 훌륭한 학습방법이었다. 학습에도 이처럼 풍류와 낭만을 접목시킨 문화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아름다운 우리 문화이다. “한시나 명문장에 음률을 넣어 읊조리는 송서 율창이야 말로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이나 정서함양이 중요한 청소년들에게 다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저희 경기도무형문화제 제32호 송서 율창 보존회에서는 옛 선비들의 유유자적하며 읊조리던 송서 율창의 멋을 오늘에 되살려 정신과 물질이 조화를 이루고 풍류와 낭만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 또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품격 있는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직장인을 비롯해 초 중 고등학생들에게 강습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라고 한병옥 선생은 송서 율창의 매력을 설명했다.
송서·영시·창시는 우리 유교문화의 진수
송서(誦書)는 고대 문장가들이 애독 애창하던 진귀한 시문을 암송하는 것으로 우수한 문법과 정확한 시문, 수려한 문장을 생명으로 한다. 송서를 접하는 독자로 하여금 그 태연자약하고 온후하며 인자하고 대범한 기상에 심취케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영시(詠詩)는 율시 또는 법시로서 운자와 염대사성(簾對四聲)이 맞게 작시한 시로 고전예약 중에서 극치를 이루는 장르이다. 시성이 평화롭고 화창하여 많은 문인들이 애창하는 고전문화이다.
시창(詩唱)은 옛날 우리 과장(科場)에서 급제한 장원 시문을 시관이 만인 앞에서 고성으로 낭독하던 것에 유래한 것으로 시흥을 돋구어 높은 음성으로 장대하고 엄숙하며 안정되고, 화창하게 자기 흉중에 있는 호연지기를 마음껏 발휘하는 창이다. 이러한 송서·영시·창시는 우리 유교문화의 진수라 할 수 있는데, 그 학문적 가치 외에도 문화적 가치가 높아 보존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송서 율창은 한학을 공부하는 선비들이 대학이나 논어 같은 고문을 익히기 위해 가락을 넣어 읽는 소리를 뜻합니다. 송서 율창은 단순히 문장을 암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음악적인 풍류와 더불어 문장 속에 들어 있는 심오한 인생의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이 이런 선비정신이 담겨진 송서 율창을 접하여 새로운 지식을 연마하는 노력과 함께 풍부한 정신세계를 함양하는 계기가 되길 원합니다”며 송서 율창은 우리 고유의 유교 정신이라고 했다.
송서 율창의 멋에 한 번 빠지시길
오는 10월 19일 제2회 동두천 소요산 달빛 차회가 개최된다. 이번 달빛 차회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4호 경기 송서 율창 보유자 한병옥 선생의 주최로 자재암, 한국다가총연합회, 경복대학교 평생교육원 Tea Master 양성과정에서 주관하는 행사다. 특히 자재암(自在庵)은 소요산에 있는 신라시대의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로 654년(무열왕 1)에 원효가 창건되었는데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수질이 좋은 약수가 있다고 해서 예로부터 차를 끓일 때 자제암의 물을 으뜸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서 ‘달빛 흐르는 밤 원효샘 바위 틈 맑은 물로 우려낸 차 한 잔. 단풍드는 바람소리 들어가며 선인들의 글과 노래 소리를 음미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카피처럼 많은 사람들이 와서 송서 율창의 멋에 한 번 빠져보라고 한광옥 선생은 권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지름시조의 명창인 시조명창 남계 박종순 선생도 이번 공연에 참석 이번 행사에 돋보일 예정이다. 참고로 지름시조란 시조의 한 갈래로 시조의 초장과 중장을 높은 음으로 질러 내고, 종장은 평시조의 가락과 같다.
글/ 이관일 기자
*바로잡습니다/ 지난 10월 17일자 196호, 8면 기사 중 한병옥 선생을 한방옥 선생으로 표기됐기에 한병옥 선생으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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