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3.0시대, 시진핑의 중국, 성공의 덫에서 탈출할까?
책으로 읽는 평화
차이나 3.0시대, 시진핑의 중국, 성공의 덫에서 탈출할까?
이번호 책으로 읽는 평화는 유럽외교관계협의회가 지은 ‘차이나3.0’(청림출판, 252쪽)을 중국전문가 유상철씨가 평한 글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과거 서방은 중국이 발전하면 저절로 서방 시스템에 편입될 것으로 봤다. 또 중국은 서방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안이한 사고와는 작별해야 한다. 왜? 중국 내부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논쟁을 들여다보지 않고선 세계를 움직이는 국가로 급부상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어디로 가는가, 정치와 외교는 무엇을 생각하나. 이에 대한 답을 이 책은 중국 각계의 대표적 학자 15명의 주장을 통해 찾는다.
1949년부터 30여 년은 마오쩌둥(毛澤東) 치세의 ‘차이나 1.0’ 시대였다. 경제는 계획경제, 정치는 레닌주의, 외교는 혁명의 국제적 확산에 주력했다.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에서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로 이어지는 30여 년은 ‘차이나 2.0’ 시대다. 경제는 수출 주도형 성장으로 특징되고 정치는 안정이 모든 걸 압도하며 외교는 조용히 힘을 기르자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출범으로 ‘차이나 3.0’ 시대가 열렸다. 2.0 시대의 중국이 1.0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면 3.0 시대의 중국은 2.0 시대가 남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아이러니컬하게도 3.0 시대의 숙제는 2.0 시대에 추구했던 목표가 달성된 데 따른 것이다.
‘성공의 덫’에 빠졌다는 이야기다. 경제적으로 과거엔 빈곤을 걱정했지만 이젠 풍요가 가져온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적으론 안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됐고 외교적으론 힘이 축적됨에 따라 저자세 외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경제 해법을 놓고 신우파와 신좌파가 맞선다.
신우파는 국유기업 민영화와 기업가정신 고양이 답이라고 말한다. 반면 신좌파는 중앙정부의 계획과 개입이 계속돼야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에선 선거와 법치 등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자와 최고 권력자의 카리스마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신권위주의자로 양분된다. 외교에선 신중하라는 국제주의자와 당당하게 세계에 맞서라는 민족주의자로 나뉜다. 시진핑 체제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차이나 3.0 시대’의 중국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그 변화는 49년의 건국과 78년의 개혁개방과 같이 격변의 성격을 띨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의 개혁가들에게 참고할 외국 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변화의 심각성과 우리가 중국의 논쟁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의 저자로 유명한 마크 레너드가 집행이사로 있는 유럽외교관계협의회가 기획했다. 레너드가 쓴 서문과 후기에 실린 ‘차이나 3.0’ 시대를 맞아 유럽은 무엇을 할지, 또 이 책을 옮긴 중앙일보중국연구소(소장 한우덕)가 제시하는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 또한 꽤 요긴한 읽을거리다. 중국 알기의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글/유상철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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