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의'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기대하며'
양주권(양주, 의정부, 동두천)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기대하며...
옛 양주군에서 시로 승격된 의정부, 동두천시는 경기북부의 중심도시이며, 대한민국 군사도시의 중심 지역이다. 전국에서 화성군 다음 큰 양주군에서 독립되었지만 수도서울을 지키는 보루로, 군사보호구역, 그린벨트에 묶여 타 지역에 비해 발전이 늦고 많은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참고 인내하는 양반도시이다.
하지만 의정부시가 중심이 되어 경원선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통해 유럽과 소통하자는 새로운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에서 발 벗고 추진해야 할 정책을, 통일문화재단이 중심이 되어 북경기 지역 시민이 앞장서고 있다. 6,25라는 역사의 질곡 속에서, 무서운 태풍과 폭우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살아온 의정부, 양주, 동두천 시민들이 추진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을 염원하며, 시베리아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란? 1905년 러시아의 우랄산맥 동부 첼랴빈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약 7400km를 연결한 대륙횡단 철도이다. 오늘날 이 노선을 포함해 유럽의 모스크바와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 간 9297km를 잇는 노선을 지칭하는 게 더 일반적이다. 이 철도는 러시아 로마노프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 때인 지난 1850년에 계획돼 1905년에 개통했다.
1929년부터 전기기관차 운행 목적으로 전철화를 시작해 2002년에야 마쳤다. 보통 서쪽에는 모스크바가 종착 지점으로 돼 있지만, 모스크바를 경유 프랑스 파리로, 상트페테르부르크나 핀란드의 헬싱키로, 독일의 베를린 등 유럽 전역으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유럽으로 연결되는 신 실크로드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또 동남쪽으로도 울란우데에서 갈라지는 비전철 지선이 몽골의 울란바토르를 거쳐 중국의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다. 우수리스크에서부터 갈라지는 지선도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하산을 거쳐 두만강 철교로 바로 연결돼 있다. 다만 북한의 철도 환경이 어려운 관계로 부정기 운행에 그치고 있다.
사실 이 지역은 1000년 전 몽고의 징기스칸이 말 타며 점령했던 곳이기도 하다. 19세기 말 소설가 ‘안톤 체홉’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여행을 감행한다. 그는 동료들의 빈정거림 속에도 흑해 인근도시에서 시베리아와 사할린 섬으로 단신 모험을 떠났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부설되기 전인 1890년 그는 모스크바대학 의학부 출신 의사로서 권위 있는 푸쉬킨 상을 수상한 촉망받는 작가였다.
그럼에도 그는 미지와 새로움을 찾아 4월 여행길에 오른다. 때로는 러시아의 젖줄 볼가 강(江)을 오가는 기선을 타고, 때로는 기차와 마차로 길을 달려 광활한 시베리아를 거쳐 극동의 타타르 해협을 지나 드디어 석 달 후 7월 중순 사할린 섬 북부에 도착한다. 그리고 더욱 먼 길을 돌아가는 귀로에 올라 그해가 저물어가는 12월8일 지친 심신을 이끌고 모스크바로 귀환한다. 이때 과로와 허약해진 건강으로 체홉은 1904년 44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긴 여행의 산물로 ‘사할린 섬’이란 책을 내놓는다. 그가 시베리아를 넘어 당시엔 세상 끝인 사할린에서 보고자 한 것은 무엇이며, 그의 삶을 건 긴 고행 길을 부추긴 진정한 동기는 과연 무엇일까? 때로는 현실이 더 소설적일 수 있다. 그의 여행기록은 어떤 상상보다 더 생생한 인간의 기록이었다.
시베리아 기차의 또 다른 기억으로 우리는 ‘닥터 지바고’ 영화와 눈 속의 대지를 달리던 기차를 떠오르게 된다. 시인 지바고의 눈빛과 설원의 신화, 거기를 질주하는 기차의 기적과 차내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어쩌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진면목인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64년이란 긴 세월을 분단의 현실 앞에 서있다. 한반도 통일은커녕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고, 박근혜 정부도 ‘한반도신뢰프로세스’란 새 남북기조를 제시 했지만 따뜻한 온기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세계교회와 한국교회 대표 117명이 23일간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통일을 이룬 베를린에서 출발해 러시아-중국-북한을 거쳐 부산에 이르는 대장정을 진행했으나 끝내 북한을 경유하지 못한 채 중국에서 배편으로 인천항을 통해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내를 갖고 한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통한 상징으로 경원선과 시베리아철도는 만나야 한다. 막힌 담은 허물고, 거센 강물은 건너야 하듯, 높은 산과 험한 사막을 넘어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하듯, 평화를 지향하는 평화열차가 달리게 해야 한다. 시베리아와 사할린 동포의 험한 삶을 찾아 시베리아 여행을 감행한 안톤 체홉과 혁명 후 방황하는 러시아인을 사랑하고 노래한 시인 지바고의 눈이 빛나는 시베리아횡단열차는 달리게 해야 한다. 양주, 의정부, 동두천 시민의 강한 꿈과 미래의 비전이 이번 시민운동을 통해 불붙기를 기대하면서, 정부도 북경기지역민들의 꿈에 함께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박태원, 본지논설위원, 양주사랑포럼대표, 예원예술대학교(양주캠퍼스)발전협의회장, 초성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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