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의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본고는 11월 8일, 문희상 국회의원(의정부 갑)의 홈페이지인 희망통신 98호에 게재된 글로, 최근 한국 정치권의 난맥상에 대해 문의원의 소회를 밝힌 것으로 이번호 ‘이슈 앤 이슈’로 소개하고자 한다. 문 의원은 의정부지역 5선 의원으로 당 대표, 안기부기조실장,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부의장,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 중견정치인으로,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다.(편집자 주)
요즘세상돌아가는것을보면마치도둑이매든격아닌가생각합니다. 박근혜정부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과거유신시절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두 번의 수평적정권교체가 이뤄져서 민주주의를 논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부했건만 또다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하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끝날 것만 같던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따른 국기문란, 헌정파탄이시간이 지날수록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군사이버사령부, 보훈처 등 후진국에서나 있음직 한일들이 선진국진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졌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밀히 활동해야 할 국정원 직원들이 무더기로 이석기의원 체포에 직접 나서는 등 과거군사독재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을 되풀이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전(前)국정원장과 전(前)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재판에 영향을 주기위해 채동욱전(前)검찰총장을 찍어내더니, 검찰의 윤석열 특별수사팀장까지 갈아 치우면서 외압을 행사했습니다. 급기야 11월5일, 박근혜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떠나기 바로직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안을 국무회의에 긴급안건으로 상정하여 의결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바로 다음날부터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심판심리를 시작했습니다. 통진당은 지난대선 대통령선거TV 토론자로 참석했던 이정희의원이 대표로 있는 당입니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의원은 정상회담대화록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참고인이란 단어는 빼고, 마치 피의자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고 하면서 국민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대화록 내용을 선거에 불법으로 악용했던 새누리당 모의원은 같은 참고인이었지만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런 모든 일이 박근혜대통령이 영국여왕과 오찬을 함께하고 있을 때 일어난 것입니다.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박근혜대통령의 뒤끝 행사라면 이제 그만해야합니다. 대한민국헌법에는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자유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학문, 대학, 예술의 자유)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다양성을 지키는데 필수적인권리입니다.
이 모든 자유를 한마디로 집약하면 ‘아니오’를 말할 수 있다는 비판의 자유,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잣대인 것입니다. ‘아니오’를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면, 그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이더라도 이미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비판의 자유는 대한민국이 지양하는 흔들리지 않는 헌법적 가치인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으로서의 가치실현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북한에도 선거제도가 있지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비판의자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자신들에게 반대되는 사람과 단체를 모두 종북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새누리당이 시민단체까지 강제해산 할 수 있는 법안까지 만들겠다고 합니다. 나는 이석기식사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허무맹랑하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와 생각이 다르다 고해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한 행위가 법치라는 민주주의대원칙에 위반되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사법부의 판단이 있기도 전에, 행정부가 성급하게 나서는 것은 ‘교각살우의우’를 범하는 것이고, 쥐 잡으려다 독 깨는 격입니다. 박근혜정부의 국민대통합과도 거리가 먼 것입니다. 가치가 다르다고 몰아붙이고, 여론조사결과로 신매카시즘을 정당화해서는 더 더욱 안 됩니다. 여론보다 더 높은 가치가, 곧 국민이 전통과 역사로 빚어낸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논어의 안연편에 제공경이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님이 “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하셨습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면 된다는 것입니다. 與與野野 여당은 여당다워야 하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합니다. 또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하고, 청와대는 청와대다워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반대편에선 단체 등을 말살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모르겠습니다. 편 가르기와 반대편 씨 말리기로 국민대통합을 이룩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모르겠습니다. 박근혜정부와 여당은 이제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국민에게 약속한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복지 그리고 한반도평화실현을 위해 전력투구해야합니다. 글/ 문희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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