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원의 오솔길을 가다보면 큰 길이 열린다
오솔길을 가다보면 큰 길이 열린다>
고려시대 대학자이며, 정치가였던 목은(牧隱: 이색 1328~1396)은 고려왕조가 멸망 할 때,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시(時) 한 수를 남겼다. 당시 상황은 새로운 나라 조선이 건국되면서 신흥세력은 고려 인사들을 회유 또는 제거하는 살벌한 시대에 새로운 세력들의 등장을 비유했다.
백설이 자자진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호올로 서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이 시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담겨 있다. 절개 높은 충신(백설)이 사라진(자자진)골에 새로운 세력(구름)이 기세 등등 하구나(머흐레라) 절개 있는 선비(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가 있는고, 석양(퇴락하는 고려왕조)을 보며 나 홀로 서있어, 어느 길로 갈지 모르겠구나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공민왕은 조회에서 여러 신하에게 이르기를 ‘문신(文臣)으로는 목은 이색, 무신(武臣)으로는 이성계(조선건국 태조)가 있으니 내게는 보기 드문 신료들이라’며 좋아했다 한다.(회상사 411쪽) 그러나 두 사람의 길은 정 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은 고뇌에 찬 시(時) ‘가지 않는 길’(The Road Not Taken)을 남겼다.
노란 숲 속에 두 길이 갈라져
둘 다 가 보는 나그네가 될 수 없어 오래 서서
한 길이 덤불로 굽어드는 데까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중략)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찾아 올 것을 의심하면서......
우리 모두는 길을 간다. 우리가 살다보면 어느 길로 들어서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을 여러 차례 만난다. 길이 있어 다행이지만 우리의 선택이 삶의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들어 냄을 때로는 잊곤 한다. 길은 길로 이어져있어 다시 돌아가기도 어려운 일이다. 사실 우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모르는 채, 우리는 좋아 보이는 길을 택한다.
인간의 삶에 있어 일체의 것이 다 길이다. 길에는 대로도 있고, 소로도 있다. 곧은길도 있고, 굽은 길도 있다. 앞길도 있고, 뒷길도 있다. 원의 중심에서 몇 개라도 반경을 그을 수 있듯 길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길을 앞에 놓고 어느 길을 택할까 고민한다. 사람들은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을 가라” “군자는 대로행이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라는 경구를 들먹이곤 한다. 큰 뜻을 따라 길을 택하는 것은 큰 뜻의 길에는 장애물이 없다. 그러나 큰 뜻의 길이 반드시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 아니며, 넓은 길이 아니다. 생김새가 좁은 소로가 뜻이 큰 대로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가는 큰 길을 대로라 생각하곤 한다. 길이라고 하는 것은 조그만 소로라고 할지라도 그 하나로서만 고립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은 가다보면 반드시 큰 뜻이 열리게 되어 있다. 이 글의 서두에서 인용된 목은 선생이 홀로 서있던 그 길도 외롭고 괴로운 길이었을지 모르나 그가 행하고 선택한 길은 큰 뜻의 대로이었음을 후세의 역사가가 기록하고 있다.
*본고는 이경원 교수의 수필집 ‘이 강을 건너야 한다’는 책 중 ‘오솔길을 가다보면 큰 길이 열린다’에서 발췌한 글이다.
글/ 이경원, 동두천 출신, 서울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대두협회세계본부에서 경제담당관, 주한미국대사관 고문, 대진대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송암재단 이사장과 경기북부미래포럼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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