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사불삼거(四不三拒)를 생각하며'
기자수첩
사불삼거(四不三拒)를 생각하며
얼마 전 KBS는 ‘한국의 유산’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사불삼거(四不三拒)'라는 뜻을 설명했다. 조선시대 관료들이 공직생활 중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불문율이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사불(四不)’은 부업을 하지 않고, 땅을 사지 않고, 집을 늘리지 않고,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거절해야 할 '세거(三拒)'는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 청을 들어준 것에 대한 답례, 경조사의 부조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고귀공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이런 ‘사불삼거’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진행된 정부각료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여 준 우리나라의 고위공직자들은 '사불삼거'는 고사하고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면제 등은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한 반드시 필요한 '스펙'이 된 게 현실이다. ‘사불삼거’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들만의 도덕이고 논리인 것이다.
'사불삼거'와 관련해 조선시대 청빈한 관료들의 일화가 현재까지도 많이 이어지고 있다. 이수광의 ‘조선의 방외지사’를 보면 조선 영조 때 호조 서리를 지낸 김수팽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김수팽은 호조판서가 바둑을 두느라고 공문서 결재를 미루자 대청에 올라가 판서의 바둑판을 확 쓸어버렸다. 그러고는 마당에 내려와 무릎을 꿇고 "죽을죄를 졌으나 결재부터 해달라"하니 판서도 죄를 묻지 못했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상관과 부하다. 그의 동생도 역시 아전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아우의 집을 방문했는데 마당 여기저기에 염료통이 놓여 있었다. "아내가 염색업을 부업으로 한다"는 동생의 말에 김수팽은 염료통을 모두 엎어버렸다. "우리가 나라의 녹을 받고 있는데 부업을 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무엇으로 먹고살라는 것이냐" 멋진 관료다.
아직도 높은 위치에 있을 때 “관직에 있을 땐 부업을 한다거나, 땅 사고, 집을 늘리고,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는 네 가지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四不)하고,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나 청을 들어준 것에 대한 답례, 경조사의 부조 등 세 가지는 꼭 거절해야 한다(三拒)니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서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재산을 늘려놓아야 노후가 편안하고, 윗사람의 부탁을 잘 들어주어야 다음에 또 좋은 자리로 갈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걸 못 하게 하면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라는 건가, 너희는 사불삼거 운운하는 말을 듣고 '옳거니!' 하며 고개나 끄덕이고 앉아있기 때문에 출세를 못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이런 고위 공직자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이런 행태가 너무 비일비재했기에 고위공직자들의 비리에 내성이 생겼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여겨진다. 결국 우리 국민들은 이런 행태를 그들만의 ‘관행’으로 알고는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아무 생각 없이 면죄부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에 보면, 소돔과 고모라에 의인 5명이 없어서 무너졌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최소한 의인 5명은 더 있지 않을까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왜냐하면 아직도 이 땅에는 비리 공직자 보다는 청렴한 공직자가 많음을 북경기신문 7주년이 맞아 7년간의 취재를 하면서 느낀 소회이기 때문이다. 현성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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