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의 '말(言語)은 사람의 품격'
말(言語)은 사람의 품격
좋은 나무인지 나쁜 나무인지 알려면 그 나무의 열매를 보면 알 수 있다. 좋은 나무에서 나쁜 열매가 맺히지 않고, 나쁜 나무에서 좋은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 좋은 나무에서 좋은 열매를 맺히고, 좋은 씨앗을 낳듯이 사람도 훌륭한 사람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고, 악한사람 입에서 악한 말이 나오게 된다. 얼마 전 국회의원의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발언과 총리를 지내셨던 분의 막말이 공분(公憤) 산 적이 있다. 사람은 성품과 인성이 매우 중요하다. 더 큰 인물이 되려면 중국의 관인팔법(觀人八法)책을 읽길 권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말을 아름답게 하도록 가르쳐야한다. 함부로 말을 하면 듣는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줄 수 있고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의 영혼도 폐허(肺虛)해진다. 언어폭력이 뇌량과 해마를 위축시키는 이유는 몸에서 강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무심코 한 욕이 듣는 상대의 뇌에 큰 상처를 주고받아 매사에 상실감을 잃을 수 있다.
인간은 좌뇌형 사람과 우뇌형 사람이 있다. 좌뇌형 사람은 추상력, 언어사고력, 수리력, 추리력이 발달하여 논리적으로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한다. 즉 수학학습이 발달되어 있다. 우뇌가 발달한 사람의 특징은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거나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 기능이 발달하여 사람(얼굴) 기억을 잘하고, 대화 시 신체언어 사용에 능숙하여 활동적인 학습에 익숙하다. 그리고 직관적 판단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여러 가지 사고가 가능하다.
어렸을 때 부모가 욕하며 싸우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는 뇌에 큰 상처를 받아 정서적으로 불안해진다. 욕을 잘 하는 남자와 사는 여자도 쉽게 삶의 의욕을 잃게 되고 사람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들어온 욕은 아름다운 언어를 받아들일 수 없고 머릿속에 욕만 차곡차곡 쌓여 성인이 되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 해도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욕을 쉽게 내뱉는다. 그런 사람일수록 화가 났을 때 참는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웅변은 은(銀)이요, 침묵은 금(金)”이라는 말이 있다. 말이 많은 사람을 항상 경계하라던 어른들의 가르침이 생각난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고 했다. 말이 많으면 쓸데없는 말을 하기 때문에 입은 무거울수록 좋다고 배웠다. 어른들은 직장생활을 잘 하려면 귀머거리 삼년 벙어리 삼년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무슨 일이건 윗사람의 의중을 먼저 알아야 했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윗사람의 심기부터 잘 살펴야 했다.
우리 사회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자기의 욕구를 쉽게 뱉어버린다. 조그만 분노나 증오가 있으면 참지 못한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지우거나 잊어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가 미국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많은 승객이 부상을 입고, 3명은 사망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나운서가 뉴스진행 중 중국 사람이 죽어서 다행이라고 말을 해서 양국 간에 우호적이던 관계가 악화 되고 있다. 말은 정말 신중히 해야 한다. 사람은 기억에 의존해서 산다. 그러나 망각에 의지해서 살기도 한다. 살다 보면 기억하지 못해서 낭패를 보기도 하지만 잊고 싶은 기억도 많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이 어머니라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무심코 던진 말이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평생토록 가슴에 안고 사는 사람이 많다. 유토피아란 누구나 아무 말이나 아무 곳에서 함부로 말하는 세상은 아니다. 거침없이 확산되는 SNS는 누구를 위함인가. 아무 때나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대로 하는 게 소통인가. 입만 열면 소통을 말하지만 입에서 쏟아내는 말들이 쌍스러워서 소통과 거리가 벌어져 더욱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옛적에는 펜팔이라 해서 편지를 쓰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가꾸며 키웠다. 침묵은 분노를 삭이지만 많은 말은 더 잦은 시비를 부른다. 지성인이라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사랑이 차오를 때까지 입을 열지 않는 지혜가 있어야한다. 그런 사람의 말이 가장 값진 보배이고, 바로 그런 사람이 훌륭한 인격자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고 품격이다.
글/ 박태원, 양주사랑포럼 회장, 서정대학교 겸임교수, 초성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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