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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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의 의미
본고는 정세현 통일부장관(현 원광대 총장)이 고양시에서 주최한 평화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 중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6·15선언에서 ‘우리민족 끼리’ ‘연방제’ 표현에 관해 설명한 것을 정리 요약 했다.(편집부)
김대중 정부 출범 초부터 ‘선민후관’ ‘선경후정’ ‘선공후득’ 지침에 입각한 경제·사회문화적 접근을 위해서 민간인의 북한 방문 승인조건 완화, 기업의 대북 투자승인 상한선 철폐,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전폭적 지원을 해온 것 은 우리 모두 아는 바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은 그동안 기능주의적 접근 을 통해서 남북 간에 축적된 성과를 정치적으로 한 번 매듭짓고 그걸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남북 정상회담은 신기능주의적 남북통합의 시발점이 된 것입니다. 6월 15일에 발표한 6·15 공동선언. 자기네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기정사실화하는 게 북한의 장기(長技)라는 점은 이미 여러 번 지적했습니다. 남북이 합의서를 만들면서 거기다가 미국의 협조를 얻고 일본의 동의를 얻어서 통일을 한다는 식으로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당연히 거기서는 ‘우리 민족끼리’라 고 해야 합니다. ‘우리 민족끼리’ 화해협력해서 통일로 가되 민족 내부 의 상용성, 상보성, 상융성을 높여나가면서 동시에 국제정치적, 외교적으로 통일에 유리한 환경도 조성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 문제는 민족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 문제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입니다. 1차적으로 민족 문제니까 ‘우리 민족끼리’ 한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거기에 ‘다른 민족과 손잡고’라고 쓸 수는 없잖아요.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로 나아가겠다고 하는 것이 “친북반미다”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이고 억지에 불과합니다. “항복문서다” “공산화 통일방 안에 합의해줬다” 하는 것은 정말 단견 중의 단견입니다. 6·15 공동선언에서는 남북이 협의해가면서 통일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겁니다.
6·15공동선언 2항에 “연합제안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나기로 하였다”고 한 건, 지금 당장 통일이 안 된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고 에둘러 표현한 겁니다. 거기다 대고 통일을 최고의 통치명분으로 삼고 있는 남과 북에서 통일은 지금 안 된다는 얘기를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현실이 그렇다 할지라도 명문화한다는 것은 자기 부정이 돼버리기 때문 입니다. 그러니까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앞으로 통일을 그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얘기는 ‘장차 남북연합으로 가자. 그러나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더구나 높은 단계 연방은 언제 될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또 실제로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와서 브리핑하는 것을 들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연방제가 언제쯤 될 것 같으냐고 묻더랍니다. 대통령이 “곧 될 거요” 하겠습니까, “안 될 거요” 하겠습니까? 가만히 있었더니 자문자답을 하더래요. “그거 50년이 지나도 안 됩니다.” 50년이라는 세월은 자기 죽은 뒤예요. 따라서 당대에는 공존으로 가자, Two Koreas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얘기입니다. 남쪽이 말하는 남북연합과 북쪽이 말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한다는 얘기는, 지금은 연합도 할 수 없고 연방도 할 수 없으니 한반도에 두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존부터 합의하자는, 굉장히 완곡하게 돌려서 표현한 이른바 평화공존 합의입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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