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의 '돈, 여자, 술의 유혹'
시론
돈, 여자, 술의 유혹
태초부터 많은 사람들은 술을 마신 후 타락하여 간음을 하고 돈으로 유세(有勢)를 부르고, 권력을 남용하여 선민(善民)들을 괴롭힌 흔적이 여기저기에 있다. 이 세상에서 돈과 여자, 술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남자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요즘 윤 모 씨의 원주별장 사건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돈과 여자, 술 때문에 추락하는 사건들을 보면서 돈과 여자와 술을 멀리하면서 사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부강한 나라가 되려면 마음이 고결하고 재물 욕심이 없는 공무원이 많아야 한다. 청렴한 공무원이 많을수록 공정하고 사심 없이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잘 살 수 있다. 공무원이 깨끗하면 음식물로 장난을 못 칠 것이고, 관광지에서 바가지요금도 사라질 것이다.
후한(後漢)의 양진(楊震)은 절개가 굳고 기백이 대단하였으며, 공자라고 불릴 만큼 학식이 높기로 유명하였다. 양진이 동래군(東萊郡) 태수(太守)로 취임하러 갈 때의 일이다. 그는 임지로 가는 도중 창읍(昌邑)에 머물렀는데, 당시 창읍의 현령인 왕밀(王密)이라는 관리가 금 10근을 뇌물로 싸들고 찾아갔다. 양진이 받기를 거절하자 왕밀이 말했다. ‘밤도 깊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그냥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자 양진이 한 말이 그 유명한 ‘양진의 사지(四知)’라는 것이다.‘아무도 모른다니? 하늘이 알고 (天知), 땅이 알고(地知), 자네가 알고(子知), 내가 알거늘(我知)… 이 세상엔 영원한 비밀이 없고, 나쁜 짓은 결코 숨길 수 없다’고 했다.
아무도 모른다고 안심하고 받은 돈 봉투 때문에 하루아침에 명예가 거덜 나고 자살까지 하는 경우가 얼마나 흔한가. 밀거래가 아니라 만천하에 공개된 돈, 아주 떳떳하고 자랑스런 돈으로 여겼던 봉투까지 폐해로 바뀌는 경우는 또 어떤가. 옛날 우리 조상님들은 배고파서 죽을 지경에도 종자(種子,감자‧옥수수)는 안 먹었다. 굶어서 죽을지언정 남의 물건을 탐내지도 않았다.
영국의 명문대 런던스쿨 오브 에코노믹스(LES)의 하워드 데이비드 총장은 갑자기 사임했다. 그 이유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리비아의 독재자 고(故) 카다피 대통령의 차남 사이푸 알 이슬람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150만파운드(약 30억원)를 받았다가 대학의 명예에 실추했다고 해서 옷을 벗었다. 캐나다 가수 네리 파터드 등 많은 유명 가수들도 카다피와 그의 아들(8남)들이 주최한 이벤트에 출연했다가 너무 많은 돈을 받았다고 해서 받는 돈 모두를 토(吐)해 내고 지진 피해자 및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뇌물을 받고 검찰 수사를 받던 시장, 교육감, 도지사 까지도 구속되었다. 그 뒤에는 거의가 돈과 여자, 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엔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순수한‘광명의 돈 봉투’도 많건만 돈과 여자와 술 때문에 ‘악마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넘어지는 사람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천안함 사태 때 받는 보상금 1억 2천만원을 무기 사는데 보태 쓰라며 흔쾌히 내 놓은 고(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돈은 어떻게 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돈과 술 그리고 여자 때문에 당사자의 명예와 가문의 명예까지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옛 선인들이 돈과 여자와 술을 멀리 하라는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올 곧게 살아 보겠노라고 우리 모두 다짐해 보자. 글/박태원(논설위원, 초성초등학교장, 서정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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