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의 '양지미고'(仰之彌高)
생각해 봅시다
<앙지미고(仰之彌高)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
사람들은 꽃을 보고 아름답구나! 하면서도 뿌리에서 가지로 올라와 꽃과 잎을 피워낸 물의 공로는 까맣게 잊고 산다. 물속에 있는 물고기는 귀하게 보면서 물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목마를 땐 물을 찾지만 물을 마시고 나면 물병을 귀찮다는 듯이 함부로 버린다. 꽃과 잎이 피는 것은 물 덕분이다. 물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스승의 사랑은 물과 같은 사랑이다. 물은 나무를 자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는 생명과 같은 사랑이듯이 스승은 물과 같이 제자를 큰 인물로 키우는 생명과 같은 사랑이요 은혜이다. 앙지미고(仰之彌高)란 말이 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공자의 수재자 안연이 스승을 흠모한 고백이다. 세상이 아무리 타락하고 썩었다 해도 스승의 은혜를 잊고 산다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여기에 가출한 딸의 아버지가 세상을 밝히는 선생님께 쓴 편지글을 짧게 소개하고자한다. 그 선생님은 부모인 제가 포기 했던 아이를 다잡아 주신 분입니다. 졸업식 때 그 흔한 꽃 한 송이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분인데...라고 탄식하고 절규하는 딸의 아버지이야기다. 사업에 실패한 후 매일 공사판 일감을 찾아 집을 나섰다가 저녁 늦게 귀가를 하던 쌀쌀한 어느 날 딸의 담임선생님이 집으로 찾아 오셨다. “설화가 결석이 너무 잦아 졸업을 하기가 힘들게 됐으니, 학교에 꼭 보내 주시면 졸업만은 시키겠습니다. 꼭 보내주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이다. 딸아이 엄마랑 먹고 살기 위해 떨어져 살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추운날씨에 가방을 매고 돈도 없이 나간 딸이 하루 종일 굶고 어디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 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더 미어졌다.
아버지는 선생님과 함께 동네 주변을 새벽3시까지 돌며 찾아 다녔는데 찾을 수가 없어 포기하려는 순간 놀이터 미끄럼틀 밑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딸아이를 찾았다. 선생님은 제자의 손을 잡고 “시커먼 구름만 보지 말고 구름위에 밝은 태양을 보라, 세상이 아무리 어둡더라도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정성껏 타이르는 선생님... 비가 오면 작은 새는 나뭇가지나 바위 속에 숨지만 독수리는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꿈과 용기를 잃지 말라고 설득한 후 선생님은 새벽시간에 집을 향하여 가고 계셨다. 아버지도 눈물로 집안 사정을 말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딸은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딸을 달래서 교문 앞까지 데리고 갔지만 딸아이는 끝내 학교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선생님께 전화를 해 “우리아이를 포기해 달라”고 눈물로 하소연 했다는 얘기다. 그 후 선생님은 스무 번도 넘게 달동네인 우리 집을 오가며 딸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집에서 씻을만한 시설이 마땅치 않은 것을 보고 목욕탕도 함께 갔다. 딸아이는 결국 마음을 바꿨다. “아빠! 저 선생님과 약속했어요. 부모님께 속상하게 해드리지 않겠다고요”지난해 2월 졸업식 때 “저런 훌륭한 선생님께 작은 선물하나 해드릴 형편도 못되니 하며….”자신의 신세가 너무 처량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언제 부턴가 고교 1학년이 된 딸은 아버지가 늦게 귀가하면 “저녁은 드셨느냐”며 밝게 웃는다. 밝아진 아이의 모습을 볼 때 마다 선생님 생각이 문득문득 나고 딸아이도 선생님얘기를 자주하며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한다. 선생님은 부모님도 못 고치는 자식을 고쳐주는 종합병원 의사이시다 그런데 얼마 전 청주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겨 TV방송을 탔다. 그 광경을 본 많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교사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또 제자들만 생각하고 정열을 바치고 있는 많은 교육자들의 입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교사라는 직업이 인기는 높아가지만 교권(敎權)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학부모의 이기적인 자식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명 뿐인 자식을 지나친 기대와 오직 자기자식만 생각하라는 지나친 이기심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에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교육을 망칠 수 있다.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교사에게 존경심을 심어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보릿고개를 넘기고 선진국대열에 서서 잘사는 나라가 된 것은 교육자의 공로라고 생각한다.
미국시인 헨리 반다이크는 '무명교사' 라는 시에서 젊은이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것은 무명의 교사의 힘이요 ‘게으른 학생에게 생기를 불어 넣고, 방황하는 학생에게 안정을 주는 게 교사’의 힘이라고 했다.
군인의 꽃은 장군일지 몰라도 교육자의 꽃은 교사가 꽃이다. 스승은 학문을 높여주고 예의와 도덕적 행동을 추슬러 주지만 반드시 스승과 제자가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제자는 스승의 뜻을 따를 때 가능한 것이다. 스승과 제자는 지식전달이나 기술전수를 위한 종적관계가 아니라 꿈과 목표가 같아야 하는 횡적관계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공자의 제자 안연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큰 꿈을 갖고 내일을 위해 긴 발돋움으로 향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아끼던 제자 안연이 죽자 공자도 제자를 잃은 슬픔도 있었겠지만 숭고한 목표가 같았던 동지를 잃은 슬픔이 더 커 아 하늘이 나를 버리는구나 라고 탄식했는지 모른다.
사회일각에서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교육은 인격적 상호작용을 통해 성공하는 제자와 제자의 성공을 더 기뻐하는 스승이 있기에 가능하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있을 때 교육은 바로 설 수 있고 학생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다. 선생님은 제자를 위해 자기 몸을 태우는 촛불이 되어야하고, 많은 사람들이 꽃만 보고 꽃의 생명수인 물의 공로를 모른다고 해서 이 나라의 보배인 어린이를 누가 외면 할 수 있겠는가. 스승은 세상을 탓하지 말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진 어린이만 보고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오늘따라 스승의 노래가를 부르고 싶어진다. 선생님의 열정과 사랑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연해진다. 이 나라 내일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대한민국은 건재합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글을 씁니다.
글/ 박태원 사단법인 양주사랑포럼 이사장, 서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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