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의 제2의 종교개혁
시론 '제2의 종교개혁'
종교개혁은 서양의 문화와 문명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마틴 루터의 ‘만인사제설’은 당시의 가톨릭 전통과 패러다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선언이었다. 사제를 통해서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당시 교회의 인식론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선언이 바로 만인사제설이다. 교황이나 사제를 통하지 않고 누구나 다 직접 신 앞에 나아갈 수 있고,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 개개인의 자각과 주인의식을 일깨워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에로의 혁명만큼이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다 준 사건이었다. 그의 이러한 개혁 정신은 독일어에서 반대를 뜻하는 Protest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단어에서 오늘날 개신교를 뜻하는 Protestant라는 말이 나왔다.
종교개혁이라고 하면, 마틴 루터를 떠올리고, 캘빈 등을 떠올리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예수도 석가모니도 종교 개혁자였다고 할 수 있다. 예수는 당시의 유대교 율법주의에 반대(Protest)하여 안식일의 주인이 사람임을 천명하였고, 석가모니는 당시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에 반대(Protest)하여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였다. 이는 당시 유대교나 힌두교의 개혁을 주장하는 외침이었다. 유대교는 이를 인정할 수 없었기에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시키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종교개혁을 주장한 사람들은 기존의 프레임(Frame)에서는 인정될 수 없기에 비난을 감수할 경우가 많았다. 많은 경우 개혁자들은 따돌림 당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상사의 전통은 근대 인권개념 즉 모든 사람을 날 때부터 천부의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상의 기초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5년 후면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여러 곳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알 고 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과거의 사건을 기념하고 고찰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개신교(Protestant)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세계교회 앞에 한국 교회의 자정능력을 보여주면 어떨까 한다. 이번에 모든 개신교회가 제2의 종교개혁의 아젠다를 만들어 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오늘날 개신교는 루터가 비판했던 당시 가톨릭 교회를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고, 여러 가지 명목의 헌금이 마치 구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변질되어 가고, 교회의 신앙이 바리새파적 형식주의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타종교를 지나치게 배타시하는 배타주의의 고립된 종교형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특정한 관점에서 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종교개혁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0 여년 전 감리교신학대학교의 학장이었던 변선환 교수가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라는 말을 한 것 때문에 사상 초유의 종교재판에 회부되고, 감리교에서 출교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교회의 배타적 선교와 정복주의적 선교에 비판(Protest)을 가하고 새로운 시대의 기독교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우리는 얼마 전 샘물교회의 정복주의적 선교 때문에 인질에 잡혀서 온 국민을 걱정시킨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 교회는 국가나 사회와 소통이 가능하지 않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고립된 섬으로 전락되어 가고 있다.
이제 교회는 바뀌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중세적인 세습의 방식을 답습하여 세습시키고, 물신주의에 편승하여 대형과 기업화 되어가고 있다. 교회를 사고 팔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윤리 도덕적으로도 지탄이 대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것은 교회 본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 교회는 물신주의, 배타성, 도덕성의 타락, 기복신앙에서 벗어나 말씀과 신앙(fide)으로 신 앞에 단독자로 설 수 있어야 한다. 마틴 루터의 오직 믿음으로만(Sola fide)의 정신, 잘 못된 형식주의 신앙에 대해서 반대하는 Protestant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글/ 서기원(논설위원, 의정부의료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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