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예로부터 재물은 탁(濁)하고 명예는 청(淸)한 것이라고 했는데
기자수첩
예로부터 재물은 탁(濁)하고 명예는 청(淸)한 것이라고 했는데
1930년대 말 중국의 장개석 국민당 정부 시절에는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상을 일컫는 용어로 쓰였던 승관발재(升官發財)라는 말이 있었다. 결과를 먼저 이야기 하자면 이런 부정부패로 장개석의 국민당은 1948년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의 모택동에게 패해 대만으로 피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를 보면 승관발재란 ‘관리가 되면 자연스레 돈을 벌거나 재물이 따라 들어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가관인 것을 보면 이런 승관발재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지난 25일 역사적인 취임식을 가진 박근혜 정부의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행태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여전히 승관발재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아직도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관행이라고 부르짖고 있다. 예로부터 재물은 탁(濁)하고 명예는 청(淸)한 것이라고 했다. 세상 이치로 볼 때 재물과 명예를 다 누리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땅의 재력가와 출세가들은 여전히 두 가지를 다 누리려고 기(?)를 쓰고 있는 듯 하다. 재물은 재물대로, 명예는 명예대로 다 가지려 하는 그들의 마음심보를 보니 박 대통령이 늘 내세웠던 ‘법대로’ ‘원칙대로’라는 가치와도 전혀 맞지 않는 인물들 같다.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했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며 또 아버지를 이은 첫 번째 2세 대통령이기도 하다. 새로이 닻을 올리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비전으로 내걸었다. 민생에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는 것인데 지난 5년간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를 보면 이런 공약들이 너무나 지켜지지 않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 모두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고 축하를 보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선택받은 까닭도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양극화를 치유하면서 안보도 지킬 수 있으리라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인 박근혜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원칙’과 ‘신뢰’를 믿었다. 화해와 대탕평을 강조한 당선 일성 역시 많은 국민들은 믿었고, 그래서 그녀를 선택 한 것이다. 그리고 박대통령이 선택한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에게도 큰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총리·장관 후보자들은 절세 행태에서부터 위법성과 도덕적 흠결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취임은 했지만 이를 운영할 청와대·내각이 언제 제대로 꾸려질지 불투명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을 이명박 정부의 예전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이 보필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즉 취임 초반부터 국정 누수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24일에도 무위에 그쳤다고 한다. 내각을 구성할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은 출범 이후에나 시작된다. 청와대 역시 3실장·9수석비서관에 이어 비서관의 상당수를 내정했지만 그 이하 실무 비서진은 구성하지 못했다. 다 승관발재라는 부정부패가 원인이다.
경제력이 없는 어린 자식 명의로 거액의 예금과 보험을 든 후보자도 많다. 증여세를 내지 않고 자식에게 돈을 불법 증여한 것이다. 그리고는 후보자로 지명된 지 며칠 만에 뒤늦게 증여세를 낸 후 “증여세를 내야 하는지 미처 몰랐다”는 변명을 어느 국민이 믿겠는가. 차라리 침묵했다면 국민의 분노는 덜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막 출발하려는데 이런 인물들이 총리와 장관을 하려하니 이를 보는 국민들은 그저 암담하기만 하다.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소중한 시간 앞에서 명예는 명예대로 재물은 재물대로 한 가지만 선택하는 인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현성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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