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 '선거와 세습의 차이'
세습과 선거의 차이
조선왕조를 이끌어온 왕들의 이름들을 외우며 한국의 역사를 배우던 우리들은 당시의 왕조가 세습에 의해서 이루어 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는 세습사회였고, 오늘 날과 같은 기준과는 다른 삶의 방법과 법칙이 통용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습의 풍속이 존재하고 있다. 기업이나 학원이 자녀에게 세습되고, 교회도 아들에게 세습되고 있다. 사람들은 그에 대한 비판의식이 없다. 아직 왕조의 세습체제를 그리워서 일까? 세습이 뭐가 나쁜가? 내가 평생 일구어 놓은 기업, 학원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당신은 자신이 이룩해 놓은 업적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계승되기를 진정 바란단 말인가라고 물을 수 있다. 기업이든 학원이든 교회든 자신의 노력이 투입되었다면 자신이 수행한 노력의 결과를 자신 마음대로 하는 것은 개인의 결단과 윤리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런 단서, 조항 없이 보면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있는 사람이 세습 때문에 그 자리에 갈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능력 있는 개인은 물론 그 기업이나 교회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 우라나라 사람들도 언제부터인가 서양의 근대식 학문과 사유 방식을 습득해 왔다. 많은 부분에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이 처리되고, 합리적인 방식에 입각해서 대표가 선출되기는 한다. 시민과 개인의 권리와 인권의 자각과 더불어 인권신장도 많이 이루어져 가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아직도 왕조의 이념인 아버지 메타포가 최고 통수권자에게 쓰이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세습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른바 아버지의 유언에 사는 ‘유훈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치적인 능력도 리더십도 경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피의 우연과 A의 우연’에 입각한 논리로 대표자가 선출된다. 한국 사회는 어떤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교회, 학교, 기업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세습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이러한 가정을 해본다면 만약에 박근혜씨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후보가 되고 정당한 선거에 의해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한다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선이 되었기 때문에 모든 절차에는 하자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오랜 옛 전통과 세습이 선거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터(정권)잡기, 지역논리’에 따라 한 표 한 표를 행사 했다고 하면? 이것은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이론을 끌어드리지 않더라고 명백히 세습에 해당될 수 있다. 세상에 똑같은 세습은 없다고 해도 현대사에 등장하는 선거에서 유사한 세습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는 철저한 검증, 합리적인 선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 세습과 대선 선거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글/ 서기원 (본설위원, 의정부 의료원 원목)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