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 '슬럿 워크(Slut Walk) 코리아'
슬럿 워크(Slut Walk) 코리아
캐나다의 한 경찰관이 "성폭력, 성추행을 피하려면, 야한 옷차림을 피해야 한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크게 이슈가 되었고, 이에 많은 여성들이 야한 옷을 입고 나와 항의하면서 슬럿워크 운동이 확산되었다. 경찰관의 말은 한편으로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 말은 남성 중심적 시각이 반영된 말이다.
남자의 잘못을 여성의 옷차림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위의 언급은 남성의 잘못된 범죄 심리를 문제시하기 보다는 여성의 야한 옷차림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처럼 초점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모든 책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타자에게 투사시켜 전가하는 전형적인 남성의 논리가 캐나다 경찰관의 표현에 숨어있는 것이다.
우리는 몸을 매개로 서로 보고 보이며 세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의복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제2의 피부 혹은 문화적 몸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의복의 원초적인 기능은 방한에 있지만, 의복은 때로 신분을 드러내 주는 표식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별히 현대 사회에 와서 의복은 자신의 개성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의 취향과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의복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표현인 것이다.
한국에서도 슬럿 워크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행사 당일 수많은 카메라가 슬럿워크 참가자들의 옷차림을 집중 조명했다고 한다. 이러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우리는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에 익숙해져 있고,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여성의 몸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거의 모든 광고 매체와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남성들이 여성의 몸을 자신과 똑같은 인격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상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문제는 여성문제까지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마치 서구인들이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에서 자신만의 타자를 만들어 내어 동양을 왜곡 하고 지배했듯이, 오늘날 많은 남성들은 여성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채, 자신만의 관점을 절대화 한 나머지 여성을 타자와 하고 도구화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배적 시각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각각의 개성을 존중할 줄 알며 나와 다른 문화와 개성을 있는 그대로 보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글/서기원(논설위원, 의정부의료원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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