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2월24일 서울 종로에 있는 신혼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1남1녀를 낳고 금실 좋은 부부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작년 2010년 12월4일 장남 형설이가 결혼하여 금년 10월 20일 손주(예성)를 낳았다. 건강관리를 잘해서 손주(예성)가 장가가는 것도 보고 증손주도 보고 싶은 욕망이 든다.
인간이 살면서 욕심과 꿈이 없다면 자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인간은 욕망의 존재이며 모든 생명체는 욕망으로 존재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가족보다 더 귀중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살다보면 더 잘살고 싶고 오래 살고 싶은 게 모든 인간의 욕망이고 살아 숨 쉬는 모든 동물들의 근원일 것이다.
세상을 바쁘게 살다보면 내가 낳은 자식과 손주도 잊고 살 때가 많다. 각자 사회공동체 속에 한 일원으로 때로는 남남처럼 까맣게 잊고 살 때가 많다. 독수리에게 간을 파 먹힌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간을 재생하는 프로메테우스적 인간에게 철학자 플라톤은 이성이라는 능력을 부여한다.
하지만 무한한 욕망의 힘을 유한한 이성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순간에 제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세속적인 인간에게 여전히 미완성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미지의 시대, 물질의 시대는 허망의 시간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간은 끊임없이 부(富)와 명예와 권력을 추구한다. 욕망은 언제나 좌절을 동반하기에 때로는 개인의 역량과 타인의 우월감 때문에 좌절을 맛볼 수 있다. 욕망이 없는 인간은 희망이 없고 희망이 없는 인간은 삶의 가치를 모르며 허망한 생각으로 사는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를 “3불사회”라고 말한다.
불신, 불만,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한다. 다른 사람은 못 믿고 불안해하고, 만족스런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사회는 절망의 사회이다.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느끼는 현실은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모두가 잘 살기가 점점 어렵고 빈곤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옛날에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삶이 흥겨웠고 큰 희망이 있었다. 열심히 살고 절약하고 저축하면서 살다보면 자기의 꿈을 하나하나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의 삶은 바쁘기만 하지 손에 쥐어지는 게 없고 잘살겠다고 생각은 크지만 저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세상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며느리와 자식과의 관계 속에 일어나는 재미나는 이야기를 적어 잠시 고달픈 삶을 내려놓고 푸념해보자. 세상만사 일들이 왜 이리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되는지.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이고, 아들이 사춘기가 되면 남남이 되고, 군대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이 된다. 자식을 낳으면 1촌, 대학가면 8촌, 장가가면 사돈의 8촌, 애 낳으면 동포, 이민가면 해외동포가 된다.
딸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만 둘이면 목메달,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란다. 시어머니로 살아가며 착각하는 세 가지가 있다.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는 여자,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 며느리 남편을 아직도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 며느리를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남편이 집에 있으면 웬수 덩어리, 나가면 사고덩어리, 며느리에겐 구박덩어리, 그래도 내 남편은 할 수없이 미워도 다시 한 번, 가진 재물을 안 물려주면 맞아 죽고, 반만 주면 졸려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 정년을 앞둔 노신사에게 한마디 당부하고자 한다.
삼식(三食)이는 되지 말자. 아침 점심 저녁을 집에서 꼭꼭 챙겨먹는 남편을 삼식이라고 부른단다. 평생 직장생활로 몸도 늙고 마음도 늙고 눈도 잘 안 보일 때까지 자식 먹여 살리고 자식 공부 시켰는데 제일 믿고 사랑하던 아내까지 고물취급하다니 세월이 원망스럽다.
세상만사 이래저래 한평생 사는 것, 힘들어 하지 말고 괴로워하지 말고 억울해 하지 말고 이놈 저놈 미워하지 말고 가르침을 따라 나부터 살펴보고 날마다 감사하고 날마다 나의 부족함을 점검하며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보람 있고 행복이 아니겠는가?
2011년 마지막 달에 지난시간을 되돌아보니, 나 자신이 일상의 모든 일들로 인해 마냥 감사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2012년 흑룡의해, 임진년 새해엔 아무런 조건이나 이유를 달지 않고 아무런 보상도 기대하지 않으며 아낌없이 모든 것을 퍼주는 참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의 인생 후반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싶다. 새해엔 남에게 기쁨을 주고 보듬어 주고 나눠주고 감사하는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단단히 결심하여 본다.
내 인생 연말정산
박태원(논설위원, 호원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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