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쓴 글을 읽다보면 〈추수〉편이 나오는데 내용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남을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은 전설에 나오는 기(夔)라는 동물이다. 이 동물은 발이 하나밖에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라서 모든 동물들이 부러워하고 흠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夔)는 발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발이 100개가 있는 징그럽기 짝이 없는 지네를 몹시 부러워했다. 지네가 가장 부러운 동물은 발이 없는 뱀이라고 한다. 뱀이 거추장스러운 발이 없어도 잘 갈수 있었기 때문이다. 뱀은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을 부러워했고, 바람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빠르게 가는 눈을 부러워했다. 눈은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하였다.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가장 부러운 것은 전설상의 동물인 기(夔)라고 말하였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간은 약은 것 같아도 참 어리석은 동물이다. 상대를 부러워 할 줄만 알았지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모른 채 살고 있다.
세상 살기가 힘든 것은 자기 자신의 행복을 모르고 상대방만 바라보며 부러움에 도취하다보니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하고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부러워하고, 부자는 권력을 부러워하고, 권력자는 가난하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을 부러워한다. 자신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기나 소질, 취미, 재능을 살려서 재미있게 살아가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무조건 남을 부러워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호텔에서 한 달이나 두 달간 투숙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가족이 그립고 보고 싶겠는가. 다 쓰러져가는 보잘 것 없는 집이지만 연탄불에다 밥을 해먹고 방 한 칸에 7-8명이 잠자는 불편한 생활을 하더라도 내 집이 더 좋다.
내 집은 따뜻한 보금자리이며 편안히 머무를 수 있고 가족 간에 사랑을 키울 수 있다. 또 귀중한 생명과 꿈과 대화를 나누며 사는 것이 가족이고 스위트홈이다. 이것이 곧 아름다운 가정이요, 행복한 가정이다. 인간은 단 한번 이 지구촌에 태어나서 살다가 죽게 되는데 명예, 권력, 돈, 사랑, 봉사 등 모두 좋지만 가정의 평화, 부모간의 사랑 부모자식간의 사랑이 넘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린위탕은 “인간의 가장 훌륭한 이상은 미덕의 표본이 되는 게 아니고, 그저 다정하고 남에게 호감을 주며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벌이 꽃향기를 맡으며 멀리 날아갔다고 가루(花粉)를 목에 간직한 채 자기 집인 벌통에다 토해 내어 모든 사람에게 이롭게 하듯이,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일 것이다. 우리가 살다보면 슬픔의 새가 머리위로 지나가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새가 머리에 둥지를 틀지 못하게 늘 도덕적으로 깨어 있어야 하겠다.
꽃과 벌을 생각하며
박태원(논설위원, 호원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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