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를 꿈꾸며
국제투명성기구는 북유럽의 핀란드를 세계에서 가장 부패 없는 나라로 3년 연속 선정했다. 무엇이 핀란드를 ‘청정 99%’국가로 만든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핀란드의 물처럼 핀란드 사회는 유리알처럼 투명하다. 핀란드에는 팁이 없다. 어딜 가도 계산서에 포함된 봉사료 외에는 줄 생각도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노점상들조차 신용카드를 받는다. 기업가들은 접대비를 비용으로 처리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정계건, 재계건 조금이라도 정직하지 않은 돈은 사용할 엄두도 못 낸다. 핀란드 사회가 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청정의 뿌리는 근면을 강조하는 청교도 정신이 투명한 사회의 밑바탕이 됐다는 얘기다.
핀란드에서 택시를 타 보면 운전기사가 길을 잘못 들자 그때부터 미터기를 정지 시킨 채 5분여를 돌아 목적지에 내려준다는 것이다. 온 국민이 모두 잘살려면 부정부패 없이 청백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청백리는 태평성대에 많았다.
마음이 고결하고 재물 욕심이 없는 공무원은 나라의 보배다. 청렴한 공무원이 많을수록 공정하고 사심 없이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핀란드처럼 국민이 잘 살 수 있다. 개인의 욕심이나 승진을 생각지 않고 오직 국민을 바라보고 일하기 때문에 업무의 공정성이 있고 능률적이 된다. 국가 경영을 이런 식으로 하면 나라가 부강해질 수밖에 없으며 더불어 사회질서도 잘 잡혀 문화 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청렴하고 어진 정치로 백성들의 존경을 받기로는 조선 세종 때의 명신(名臣)황희 정승을 빼놓을 수 없다. 임금의 신망과 백성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그는 오랫동안 높은 벼슬을 지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고 자기는 가난하게 살았다. 딸이 결혼할 때 혼수를 마련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그 소식을 들은 세종이 혼수를 보내 주었다고 한다.
그의 인자한 성품과 청렴한 생활에 대해선 일화가 있다. 공교롭게도 동시대에 맹사성이란 정승이 있었다. 황희 정승과 함께 조선 초기의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분이다. 이분 또한 청렴하기로 유명하여 정승이면서도 집에 비가 샐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훌륭한 청백리가 있음으로 해서 세종 때는 역사상 가장 안정된 태평성대를 누렸다.
그렇다고 그 시대에 황희, 맹사성 두 정승의 청렴만으로 그 사회가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왕을 비롯한 국가의 모든 관리가 두 정승 못지않게 청렴하고 근면 성실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청백리란 정의는 부패하지 않는 관리가 아닌 깨끗한 관리를 가리키며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배경으로 주어지는 반대급부인지도 모른다. 국가의 3요소는 국민, 나라(땅), 법이다.
국가는 법과 질서가 바로서고, 집행이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시스템을 갖춘 사회에서는 부정이 끼어들지 못할 것이다. 싱가포르는 국제기구들로부터 관료의 부정과 부패가 없는 투명한 국가로 평가를 받으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따라서 공직자는 물론, 사회 전체가 부정부패와는 거리가 멀다.
요즘 우리사회는 도덕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부산 저축은행, 함바비리, 국토해양부 및 지식경제부의 향응사건 등 세상을 온통 어지럽히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공직자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공직자들은 사회를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국민의 대표로 공직사회의 건전성이 특별히 더 요구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우리나라 국가청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22위에 불과하며 국무총리실 자료에 따르면 국민10명중 7명이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선진 국가가 되려면 부정부패 없는 투명하고 청렴한 공정사회로 거듭나는 것이다. 공직자는 물론,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거짓과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작금의 풍경 속에서 황희 정승, 맹사성 같이 청렴하고 강직한 청백리정신을 가진 국민이 많을 때 선진국이 된다는 사실을 알자.
청백리를 꿈꾸며..
글/ 박태원(논설위원, 호원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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