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에 대해서 말하려면 민주주의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당정치는 민주주의의 발생과 더불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잘 알려져 있듯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발명품이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는 서양 근대의 정치 경제적 혁명과 더불어 구체화되기에 이른다. 루이 14세의 절대왕정을 몰아낸 프랑스 시민들과 영국과 전쟁을 벌여 독립을 쟁취한 미국 시민들의 힘에 의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가 비로소 형성된 것이다. 신의 위임을 받은 자가 더 이상 왕이 아니라, 인민이 주인임을 선언한 사건이 바로 미국 독립선언문이며 프랑스의 인권선언인 것이다.
신민(臣民)이 아니라 시민(市民)으로의 자각과 더불어 시작된 민주주의 원리는 영국의 로크와 홉스, 프랑스의 몽테스키외와 루소에 의해 체계화되기에 이른다. 이들은 모든 국가의 모든 권력은 시민 개인에 의해서 나오며, 개인의 위임을 받은 국가가 타락하거나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하여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국가는 개인의 권리를 지킬 뿐 아니라 재산 보호와 치안을 위한 책임을 가진다.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견제의 원리에 따라 입법부를 두게 되면서 정당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현대 한국 정치인들은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이 시민들의 힘에 있다는 원칙을 잘 모르는 듯하다. 형식과 절차만 내세워 그저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다수만을 모으고 다수결에 따라 정치를 하면 민주주의를 하는 듯 착각을 하고 있다. 시민의 목소리가 대변되어야 하고, 그 소리를 반영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대의정치가 필요한 것인데, 대의정치의 대표를 맡은 사람들이 시민들의 공익을 생각하기 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챙기기에 바쁘다.
조선시대가 차라리 지금 한국의 현대 정치보다 더 수준이 높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당시나 지금이나 계파를 나누어 집단이기주의 형태로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조선시대에는 명분과 철학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명분도 철학도 없다. 다만 힘을 키우는 수단과 이익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의 이념을 근본적으로 구체화 시켜 세계 시민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명의 전위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서양 근대 이후 민주주의의 지표로 지속되어온 정당정치의 해체이다. 그리고 조선시대 이후 지속되어온 붕당정치를 해체하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 당시에는 살롱이 있었고 어디에서나 시민들은 토론할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은 그래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에 살롱이 있었다고 한다면, 현재 한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 각종 매체들이 존재한다. 현재 한국은 세계 최강의 인터넷 강국에다가 트위터와 페이스 북 그리고 카카오 톡 등을 통해 소통함으로써 다중 지성 혹은 집단 지성의 힘이 가장 효과적으로 미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정당정치를 서서히 해체해 나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러니까 이제는 더 이상 정치적 토론이나 집행 과정을 특정한 공간에서 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민의를 수렴하는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과거처럼 투표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 아니라, 대표자는 실시간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민의를 수렴하고 이를 반영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책임적으로 감당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는 풍토 말이다.
이러한 전자 민주주의는 지나친 대중영합주의나 생각 없는 다수에 의해서 여론이 호도될 수도 있는 난점도 있다. 그러나 비판적 개인과 논객이 등장하여 민의가 수렴될 수 있도록 하고, 더 이상 민의에 따르지 않는 정치인들이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종이로 된 사전이나 백과사전 보다는 위키피디아(Wikipedia)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세계 속에 살고 있다. 네티즌들의 힘으로 국가를 이끌고, 국가 간의 문제들에 대해 서로 소통하며 바람직한 국제사회를 만들어 가면 어떨까? 그리스적 민주주의 유산을 서구 유럽인들이 구체화 시켰듯이, 우리도 서양 근대의 유산인 개인주의 정신을 받아들여 네티즌(net+citizen) 개인들의 힘으로 전자 민주주의를 구체화 하면 어떨까?
나는 가끔 이러한 꿈을 꾼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전자 민주주의 혁명을 이루어 구시대의 유물인 정당정치에 종언을 선포하여 민중의 힘이 구체화 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뜻하는 그리스어 demo+cratia는 한 마디로 데모(인민 혹은 민중)의 힘을 뜻한다. 국민의 힘이 드러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서기원-정당정치의종언
서기원(논설위원, 의정부의료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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