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한국희곡문학상’ 최병화 수상자
-꽃을 받아줘-
의정부예술의전당 초연 ‘올해의 한국희곡문학상’ 최병화 수상자
한국희곡작가협회(이사장 김태수)에서 제정한 제1회 ‘올해의 한국희곡문학상’을 거머쥔 최병화(54세) 수상자를 11월의 마지막 저녁에 그녀가 사는 의정부 녹양동 아파트 집 앞 한 동태식당에서 만났다. 치매센터 초청공연으로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릴 신작 <떴다 새우젓> 연습을 마친 직후라 온 몸에 밴 땀 냄새가 향기롭다.
한해를 보내면서 2010년에 공연된 희곡작가협회회원이 발표한 무대공연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게 주어지는 이 상은 <꽃을 받아줘>를 작·연출로 지난 9월 의정부 예술의전당소극장에 올림으로써 팡파르가 울려 퍼진 것이다. “제가 대표까지 맡고 있는 극단 한네의 14번째 창작으로 친정엄마가 5년째 누워계시는 산속 요양원을 오가며 느낀 점을 작품에 담아봤습니다.
이 세상은 슬픈 곳과 즐거운 곳이 따로 없답니다. 지옥과 천국도 하나로서 바로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게지요.” 첫 공연 커튼콜 후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휠체어에 의지해 딸의 연극을 관람한 ‘친정엄마’ 박덕윤 여사를 관객들에게 직접 소개하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야말로 어머니를 위한 공연이 된 셈인데, 콧등이 찡할 만큼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마침 그때 현장에 있었던 필자는 봄에 막 88세로 어머니를 여읜 탓인지 미수(米壽) 잔치도 못해드린 불효막심에 살짝 부끄러움마저 들던 기억이 어젠 듯 새롭다. 박정기 심사위원장은 ‘나이 들어 정신장애자와 지체장애자가 된 노인들이 입원한 요양병원에서의 일상과 그들의 과거회상, 그들이 바랐던 꿈,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향한 환자로서의 여정과 사랑의 메시지를 잘 전한 작품이다’라고 먼저 밝힌 후 ‘연극소외지역인 경기북부 의정부 지역에서 극단을 이끌며 작품을 쓰고 연출과 출연까지 하는 등 지역연극발전에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최병화 작가의 연극정신을 높이 샀단다.
중후한 연기자인 정현 배우를 비롯하여 TV드라마 <자이언트>에서도 얼굴을 내비쳤던 하덕성, 그 외 최대표 본인을 중심으로 골수단원들인 전영옥, 문인옥, 오경숙, 원유순 등의 아줌마배우들의 앙상블 연기가 희곡을 더욱 빛내주었다. 창단 때부터 똘똘 뭉쳐 한솥밥을 먹는 ‘줌마들’의 우정은 난공불락 요새(要塞) 극단으로 유명하다.
“<은빛 먼지><부부별곡><0.5평의 크리스마스> 등이 실린 최병화 희곡집도 내고 경기도 연극제에서 연기상과 희곡상을 몇 차례 받았지만, 전국규모의 희곡상은 처음이랍니다, 아이 좋아라!” 나이를 비켜 산 듯 ‘영원한 소녀’처럼 해맑게 활짝 웃는 얼굴이 명품이다. 그녀는 중앙대학 연극영화과 출신의 정통파 연극인이지만 한때는 살림만 했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연극 본향(本鄕)으로 돌아왔는데, 그전에는 2남1녀 환상적인 삼남매의 엄마로서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가 전부였다. 엄마의 지혜와 노력 탓인지 삼남매 중 둘은 캐나다 유학 중이고 큰아들 박종민군은 미국, 일본 게이오대학을 거쳐 현재 우리나라 서울국제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종민 군은 영재로서 자그마치 7개 국어를 구사하는 IQ 156의 멘산(MENSAN)이다.
필자로선 꽤나 낯선 낱말인 멘산이란, 전체인구대비 상위 2%의 IQ를 가진 영재들이 한국 멘사(MENSA)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멘사테스트를 통과하면 멘사가입 자격을 얻게 되고,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여 가입절차를 거치면 멘산이 될 수 있다고. 멘산이 되면 회원증과 함께 회원번호가 발급된다. 요컨대 멘사의 회원이 멘산이다.
멘산의 아버지는 포천 <박치과의원> 원장이다. 최작가는 인터뷰 내내 연극에 대한 열정을 뜨겁게 달구다가 박원장이 퇴근하면서 거는 전화 한 통화에 얼른 마무리를 짓고 서둘러 일어섰다. 남편이 집에 오기 전에 아내로서 먼저 귀가하여 맛난 저녁식탁을 준비해야한다는 원칙론자, 그녀의 바쁜 뒷모습이 참 신선해 보인다.
(최송림 I 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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