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사태 북경기에 퍼져간다
영하 10도가 넘어가는 강추위 속에서 지난 11월 29일부터 경북 안동 예천 영주 등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경북에서 끝날 줄 알았던 것이 연고도 없을 것 같은 경기도 양주, 연천 파주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흰색 방역복으로 온몸을 감싼 연천군 공무원들은 불철주야 긴장 속에서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차단하기 시작했고, 살 처분 될 대상 농장에서 가축들을 몰아세우고 있음을 TV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보도 되고 있다. 얼마나 통탄스럽고 가슴 아플까? 귀신같이 무섭게 퍼져가는 구제역으로 아무 죄 없이 무차별 생매장되는 가축들은 자식같이 키워낸 가족 같은 존재가 아니었던가.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어서 그 실태를 파악하기위해 좀 더 자세히 상황들을 찾아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구제역이란 무엇인가? 1987년 영국에서 최초로 원인체가 확인된 동물 질병으로 발굽이 둘로 갈라 진 우제류(소, 돼지, 양, 염소 등)의 전염병으로 입술 ,혀, 잇몸, 코 ,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생기고 체온이 급격히 상승되어 앓다 죽는 전염병이다.
감염 경로는 침, 정액, 분변의 접촉이나 감염 지역 내 사람, 차량, 의복, 물, 사료, 기구 등 이지만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공기를 통한 전파다. 육지에서는 50Km, 바다를 통해서는 250Km이상까지 전파된다는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가공하리만치 전파력이 빠르고 걸렸다하면 순식간에 산지사방으로 퍼져가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라는 점인데 우리나라는 2000년 3월에 처음으로 발생하여 경기 파주를 비롯하여 3개 광역지자체와 6개 시군에서 2천2백 마리가 2002년에는 16만 마리로 치솟더니, 올 들어 와서는 경기 포천 연천 등에서 발생된 6천 마리가 4월에서 5월까지 5만 마리로 12월 지금에는 18만 마리로 급상승 살 처분되고 있음을 우리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현재는 엄청난 국가 준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염된 돼지에서 특징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것은 열이 나고 절뚝거림과 발굽의 심한 병변과 고통으로 제대로 서거나 걷지 못하고 절뚝거리거나 무릎으로 기어 다니는데 소의 경우에는 콧잔등에 큰 물집이 형성되어 쉽게 터져 2차 감염이 쉽다는 것이다. 문제는 구제역이 사람에게 감염되느냐 인데 드물게 사람의 발생도 보고되어 있으며 이중 대부분은 사람의 수족구병(Hand, Foot and Disease)으로 2001년 발생 당시 영국 등에서는 흔한 사람 질병이었다고 한다.
18만 마리의 돼지와 소가 생매장 도살당하고 있고 그것을 매시간 뉴스마다 멀리서나마 목격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끔찍한 살생 현장이다. 그동안 가축들을 애지중지 닦아주고 먹여주고 다독여주며 꿈을 키워왔던 축산 농가 당사자들에게는 청천 하늘의 날벼락 맞은 억장이 무너지는 비통한 심정일 것이다.
보상을 받는다 해도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매년마다 초상을 치루는 그들에게는 재기의 의욕마저 사라졌으리라 생각된다. 인간의 과오로 무참하게 죽어가는 죄 없는 가축들 그리고 엄동설한에 비닐을 깔고 매장하고 있다하지만 땅속에서 얼어 있다가 차츰 따뜻해져 분해되는 과정에 발생하게 될 지하 오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부패의 땅을 만들 것이고 지하수 오염은 물론 쓸모없는 지질이 되어 버리니 이중 삼중고가 아닐 수 없다.
지글지글 구운 삼겹살에다 상추쌈을 싸서 먹는 맛에 길들인 한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18만 마리가 죽었다고 못 먹으리 없겠지만 뒤가 개운치 않다. 세계가 구제역으로 가축 살 처분이 늘어감으로 인하여 무엇보다도 자연이 황폐되어가고 자연이 황폐되어가면서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야 할 생명체들이 병들고 생명체가 온전한 게 없으니 지구는 온난화에 미쳐가고 인간들은 수세기에 걸쳐 잘 만들어진 훌륭하고도 거대하고도 화려한 현대 문명을 만들어 놓고도 이제 썩고 병든 고기를 먹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만약 인간들에게 전염된다면 수족구병에 걸려 열 오르고 침 흘리고 절뚝거리며 기어 다니게 되는 건 아닌지 끔직한 예감을 하며 핵폭탄보다 무서운 자연의 저주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는 것이다.
어느 축산 농가의 텅 빈 사육장을 바라보며 인간들의 잘못으로 생매장당한 자식들 같았던 새끼들의 넋들을 달래며 울적하게 비탄에 빠져있는 축산 농민들의 망연자실한 모습들에서 또한 절망스런 시대의 단면을 보는 것이다. 하루바삐 병원균의 원인을 밝혀내어 예방 조치하여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렌지에 걸리지 않게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무세중<논설위원,통일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