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훈련을 둘러싸고 여론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왜 이 시기에 사격훈련을 하느냐고 하면서 연평도를 비롯한 국민 불안은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국 내의 영토에서 사격훈련을 하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라고 하면서 만약 또 다시 도발을 한다면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를 통해 한국군이나 한국정부의 자국 보호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의 안보리 소집은 참으로 가당치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이, 단지 자국 내에서 사격훈련을 하는 것을 가지고, 그것도 오래 동안 진행해 왔던 정기적인 훈련을 가지고 안보리까지 회부해서 성명을 내자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 성명채택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우리나라는 연평도에서 사격훈련을 했다. 현재까지는 북한의 도발은 없는 상태이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우선 북한의 태도에 대해 비판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민간인 희생자까지 나오는 무차별 폭격에다가 자국 내에서의 사격훈련에 그렇게까지 반응한다는 것이 무슨 이유를 댄다하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북한이 남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해서 반드시 사과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남한이나 국제사회는 이를 받아내도록 여러 가지 외교적 방법의 실력행사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격훈련은 똑같은 상황을 재현하여 내적으로는 군기를 회복하고 외적으로는 자국 보위 능력과 자신감을 과시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격훈련은 사실상 이익보다는 손실이 많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던 러시아로 하여금 지렛대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여 중국, 북한 그리고 러시아가 삼각동맹을 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을 축으로 하는 또 다른 동맹의 대립구도를 구체화 시켰다는 점이다.
이 결과 한반도가 장기적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 대립과 경쟁 구도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지속되어 왔던 남한의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북방외교에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는 점이다. 정말로 북한을 고립시키려면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로 이번 사격훈련으로 국민 불안이 해소되기 보다는 오히려 장기화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점차 연평도 시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불안 가운데 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또한 해외투자자들이나 여행자들에게 불안 심리를 가져와 경제적 불안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입각해서 움직이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불안으로 인해서 손해를 보는 점도 있지만, 이익을 보는 사람도 반드시 있다.
그렇다면 전쟁 불안으로 이익을 보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안보를 위한 산업이다. 전쟁불안은 국방비 증액과 더불어 안보를 위한 여러 장비들을 구입해야 하는 필요성을 쉽게 정당화 할 수 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일에 돌아가야 예산이 엉뚱한 곳에 소비되도록 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면, 가장 기본적인 농수산물은 물론 건설을 비롯한 총체적인 재건 비용이 든다. 만약 이러한 희생양이 생겨주기라도 한다면, 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나라들에게는 그야말로 경제특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남한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면 러시아의 안보리 소집 행위는 돌출행위이고, 내정간섭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 지렛대 역할을 하려는 강대국의 책임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러시아의 안보리 소집을 통한 성명채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한국의 입지는 더 적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반면에 남북한의 잠재적인 평화공존의 가능성은 강대국의 협의에 따라 이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반대로 남북한 사이에는 언제든지 국지전이나 전면전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 있는 한반도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선 국민들이나 주변국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급선무이다. 그것이 국민들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이 땅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민초들은 자신들에게 무엇이 위협이고, 무엇이 좋은 것인지 생래적으로 가장 민감하게 감지한다. 백성들의 마음을 읽어야 하고, 그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곧 하늘의 소리임을 알아야 한다.
서기원-4대 강국과 한반도
글/ 서기원(본지논설위원, 의정부의료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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