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살면서 거저 얻은 것은 당시에는 좋을지 몰라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마련인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살고 있다. 항상 한쪽으로 쏠리면 다른 한쪽이 뜨게 되어 있고 뜨다보면 허망하게 양쪽을 다 잃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가를 치루지 않는 것은 그 피해가 막중하다함을 예로 들어보자.
그 대표적인 것은 공짜의 비극이다. 어떠하다가 생긴 주체 못할 돈은 공짜 돈이니까 돈의 값을 잃어버리고 마구 쓰게 되고 강탈당하거나 과욕의 병을 얻어 원래 없었던 것보다 더 잃게 되는 게 보편적 진리다. 돈에 굶주리다보니 주체 못하고 평상심을 잃고 재수 좋은 운수려니 응분의 대가로 치부하는 바람에 결국 파탄에 이르는 경우다.
예전에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싸주셨던 누런 도시락들을 겹겹이 난로위로 겹겹이 쌓아 덥히던 추억이 생각난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김치 익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밑바닥 아래쪽에서 밥이라도 타는 냄새가 나면 아래 위를 바꾸느냐 야단법석을 떨고, 그 참에 밥과 반찬이 범벅이 되어도 모두 도시락을 펴놓고 반찬을 나누어 먹던 그 시절의 정서가 그 후 몇 십 년이 지나면서도 생생하게 그윽하게 정겨움을 간직하게 되었음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좋은 시절이 왔다. 없는 게 없고 아무나 못 먹었던 고기반찬은 별것도 아닌 시절이 당도했는데 왜 도시락을 가져오는 학생이 없이 굶는 애들이 많아졌는가. 따져보면 사연이 많다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연유가 부모가 일찍 일하러 간다던가, 싸줄 형편이 안 되는 사정이 많은 아이들이 많아졌다던가, 싸오는 애들은 고급 반찬이 가득한 도시락을 가져오는 부류가 따로 있어 양극화 현상이 있다던가, 그래서 무료 급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있는 아이들은 돈을 내고 없는 아이들은 국가가 부담하면 되는데 일괄적으로 전체를 무료로 해버리면 문제가 많아진다. 어려운 계층의 자녀가 월5만원의 급식비를 지원 받고자 가난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받게 될 모멸감을 느끼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한다면 증명 과정에서 모멸감을 주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필자는 사실 급식이란 자체가 못 마땅하다. 도시락에는 사랑과 정이 잔뜩 들어 있는 정서 덩어리다.
콩자반에 멸치조림 몇 조각 김치뿐이라도 정성껏 있는 데로 싸주지 못한다면 그리고 무료로 정없이 퍼주는 밥에 무슨 정이 있겠는가. 도시락을 싸주지 못한다는 것은 부모로서의 도리가 아니고 무슨 변명을 해도 타당치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나이가 먹어 가면 생각이 달라지고 이해심도 생기고 참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어린이라면 적어도 공짜로 얻어먹게 한다는 것은 자식 키우는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점점 사회를 뚫고 살아가려면 스스로 해결하고 스스로 독립해야하는데 공짜 심리는 자율성을 잃게 마련이고 자생하는 힘을 저버리게 된다는 불이익이 어릴 때부터 조성 된다는 점이다.
예외는 있다.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같이 살 지 않거나 그 시간에 함께 할 수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공짜 의식은 사회 적응력에 실패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공짜는 위험하다.
단 사회가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면 모든 재력을 풍요로운 복지 사회로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예산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스스로 자구력을 잃게 하는 공짜 급식은 허약한 통치자의 술수에 휘말려 그들의 포플리즘에 끌려가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공짜 점심, 공짜 의료, 공짜 보육 결국 언젠가 스스로 물어내야 되는데 물어내야 될 때 이자까지 합쳐서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면 공짜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더 큰 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공짜는 없어야 한다. 마치 통일이 남의 손에 의해 좌절 되듯이 통일을 스스로 이룩하지 못하였기에 지금 우리는 참혹하게 그 대가를 치루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공짜로 얻어지는 피동적 가짜 통일이 되지 않기 위하여 공짜로 주어지는 위험한 통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무세중-공짜는 위험하다
글/무세중(본지논설위원, 통일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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