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 수첩/ "비대면 정치'
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 수첩/ "비대면 정치'
정치인들처럼 악수(握手)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악수는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드는 의식적인 행위이다. 보통 만날 때, 헤어질 때, 축하할 때, 합의를 이끌어 냈을 때 행해진다. 악수는 선의를 보이기 위한 것이며, 과거 상대방에게 자신은 무기를 손에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행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건넨다. 그리고 후보들이 이런 행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대충 짐작이 된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당선될지 안 될지를. 이와 같은 ‘악수 정치’ ‘발로 뛰는 정치’가 그동안의 선거 행태였는데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이제는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춰 온라인 정치, 비대면 정치가 대세가 됐다.
얼마 전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민주당의 조 바이든을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비대면으로 치렀다. 대형 집회가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행사는 온라인과 화상으로 이뤄졌다. 예전에는 이런 행사가 열리면 미국의 주요 정치인들과 지지자 수만 명이 모여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 사라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4·15 총선에서도 이런 정치 형태는 이미 시작됐다. 온라인 창당 투표, 온라인 공천 면접이 이뤄졌으며 사람 많은 장소를 찾아가 ‘악수 정치’로 표를 구걸(?)하던 후보들은 사무실로 돌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에만 집중했었다. 그리고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여의도 당사에서 극소수만 참석해 열고 온라인으로 중계했었다.
당시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전통적인 체육관 전당대회를 포기한 것이다. 이 전당대회는 세계 최초의 '비대면 온라인' 방식이었다고 하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이 강화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야기했었다.
이와 같은 비대면 정치는 낮 설고 적응도 어렵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한다. 전통적 전당대회는 돈과 조직을 통한 동원정치였다. 엄청난 조직과 비용. 여기에 따르는 부작용으로 많은 정치 신인들과 소수정당들은 언제나 비주류로 남았었다. 그러나 비대면 정치에서는 돈, 조직, 스킨-십보다 비전과 콘텐츠가 더 주목받을 수 있는 마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대면 정치로 정치제도와 정치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온라인 문법에 익숙한 젊은 신인들과 소수정당들은 유리해 졌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코로나19’는 이런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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