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수첩 ‘깨진 유리창 이론’
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수첩 ‘깨진 유리창 이론’
“이제 지도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깨진 유리창’을 치우는 작업에 앞장서야”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라는 범죄학 용어가 있다. 이 용어는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공동 발표한 것으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즉 깨진 유리창 하나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소한 것으로 여기면서 그냥 지나치는 일상생활의 경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를 빨리 처벌하지 않으면 결국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이론으로 지금은 범죄 뿐 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당시 미국의 범죄학자들은 뉴욕의 구석진 골목에 2대의 차량 모두 본넷을 열어둔 채 주차시켜두고, 차량 한 대에만 앞 유리창을 깨고 일주일을 관찰한 결과, 본넷만 열어둔 멀쩡한 차량은 일주일 전과 동일한 모습이었지만, 앞 유리창이 깨져있던 차량은 거의 폐차 직전으로 심하게 파손되고 훼손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었다.
또한 깨진 유리창의 이론을 사회정책에 응용하기도 했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1980년대 뉴욕시의 지하철이다. 당시 뉴욕시는 시민들에게 뉴욕의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말라는 경고를 할 정도로 치안 상태가 형편없었다. 뉴욕시 당국은 ‘깨진 유리창의 이론’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런 경고를 하다가 결국은 깨진 유리창을 치우기로 했는데 바로 지하철 내의 낙서를 모두 지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낙서를 지우고 지하철 내를 깨끗하게 정리하자 지하철에서의 사건사고가 급감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2년 10월, 노숙자들이 많아 무척이나 지저분했던 서울역 부근에 국화꽃 화분으로 꽃 거리를 조성한 후부터 깨끗한 거리가 만들어졌다고 언론들이 보도한 적이 있다.
범죄학자들은 ‘깨진 유리창 이론’은 범죄학뿐만 아니라 기업경영과 조직 관리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즉 직원의 미숙한 응대가 기업의 앞날을 뒤흔든다는 것이다. 한 명의 직원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고객센터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을 경우, 기업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한 명의 직원이 가진 ‘깨진 유리창’은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더더욱 이런 ‘깨진 유리창’은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고 확산되어 고객들이 불매 운동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 기업에만 이런 이론이 먹힐까? 우리나라 정치에도 ‘깨진 유리창’들이 많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냥 아무러치도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고 별 관심도 없이 지나치는 ‘깨진 유리창’들을 우리는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들의 군대 휴가 문제, 자식의 대학 부정 입학, 직장 청탁, 아파트 투기 등등. 이제 지도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깨진 유리창’을 치우는 작업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즉 총체적 위기는 사소한 위기관리의 부재에서 올 수 있기에 ‘깨진 유리창’은 바로 수선해야 한다는 것이 ‘깨진 유리창 이론’이 주는 교훈이기 때문이다.
글/ 현성주 기자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