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에게 간절히 고함
항우와 유방을 다시 생각하며
덕장(德將)이라는 단어가 있다. 물론 용장이니 맹장 같은 말도 있지만 요즘 같은 선거철이 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덕장이다. 선수를 심하게 야단치기보다는 포근히 감싸 주기를 잘하는 코치나 감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덕장은 영웅이 사라진 오늘날에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인물상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뛰어난 전술가인 제갈량도 덕장이 되지 못했기에 유비 밑에 있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초한지에 나오는 말이다. 한신은 병사를 부릴 줄 아는 기술이 출중해 '다다익선'이라 스스로 평했지만 그런 한신을 수십명 거느릴 수 있는 사람이 유방이라 고백했다. 즉 유방은 덕장이었고, 결국 한나라를 세웠다.
초한지를 보면 유방은 한신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과인과 같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 군대의 장수가 될 수 있겠는가?" 한신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폐하께서는 한 10만쯤 거느릴 수 있는 장수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떠한가?" "예,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습니다(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하여 10만의 장수감에 불과한 과인의 포로가 되었는고?" 한신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하오나 폐하,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옵니다. 폐하께서는 병사의 장수가 아니오라 장수의 장수이시옵니다. 이것이 신이 폐하의 포로가 된 이유의 전부이옵니다. 또 폐하는 이른바 하늘이 준 거시옵고 사람의 일은 아니옵니다." 이렇게 군사의 통솔 능력을 말하면서 만들어진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오늘날에는 다방면에서 많을수록 좋다는 뜻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드디어 제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 며칠 안 남았다. 우리는 중국고사에 나타난 항우 같은 천하장사나 한신 같은 병사를 잘 부릴 수 있는 장군도 아니고, 특히 천하제일의 천재인 제갈량도 아닌 유방이나 유비 같은 덕장을 뽑아야 할 것이고, 역시 후보자들도 스스로 덕장의 정신으로 이번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한신이 유방에게 말한 “폐하께서는 병사의 장수가 아니오라 장수의 장수이시옵니다.”를 조금 다르게 해석하자면 장수의 장수에서 첫 번째 장수의 의미는 곧 국민들을 잘 위하고 그 위에 군림하지 말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래서 감히 조언 하건데 스스로 깨쳐 덕장이 될 그릇이 아니라면 제발 이번 선거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이제는 덕장만이 나라를 다스릴 재목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주나라 문왕(文王)의 초빙을 받아 그의 스승이 되었고, 무왕(武王)을 도와 상(商)나라 주왕(紂王)을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하였으며, 그 공으로 제(齊)나라 제후에 봉해져 그 시조가 된 강태공(姜太公)의 이야기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문왕의 스승으로 많은 교훈을 끼쳤는데 백성을 다스리는 가장 큰 생각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루는 문왕이 강태공에게 물었다. "원컨대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중요한 일을 들려주십시오. 군주를 존엄케 하고, 백성으로 하여금 편안케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이 말했다. "오직 백성을 사랑하면 됩니다” 였다. 그러자 문왕이 말했다. "공의 말은 내 생각과 일치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이를 생각해서 잊지 않고 천하를 다스리는 상도(常道)로 삼겠습니다"라고. 이번 선거에서 우리 유권자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생활환경이 달라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민을 사랑하고 군림하지 않는 후보를 골라야 하며 후보자들 역시 이런 덕장의 의미를 가슴속에 각인시키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권선안(본지 이사장, 양주초대군의회 부의장, KS건설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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