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폐업 신고하러 갑니다” 윤연숙 전 동심어린이집 원장
사람이 희망인 세상
“오늘 폐업 신고하러 갑니다” 윤연숙 전 동심어린이집 원장
며칠 전 의정부 가능동 한 작은 커피전문점에서 가능동 소재 동심어린이집 윤연숙(사진) 원장을 만났다. 그의 첫 마디는 “오늘 폐업 신고하러 갑니다” 였다.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던, 자신의 온 정성을 다 쏟아부었던 38년의 어린이집 교사 현장을 떠난다는 것이다. 그는 떠나면서 마음에 응어리진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국 유아교육은 어린이들이 상상력 향상에 주안을 두어야 하나 부모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교육의 방향을 잃어가고 있고, 국가정책도 어린이교육과 함께 부모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나 언제부터인가 학부모는 협력자에서 감시자로, 신뢰보다는 불신의 골이 깊이 파이게되어 참교육을 실천하기 보다는 애들이 하자는 데로 내 부려 두는 방임의 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더욱이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매스컴을 타면서 전국적인 사례인 것처럼 학부모의 눈은 갑으로 변했고, 내가 아이를 보내야 너희가 월급을 타는 종업원으로 보며 아이의 심성을 키우고,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를 지도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돌보미로 전락하고 말았고, 현장에 있는 수많은 보육교사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일거리는 얼마나 많은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와 함께 소통해야 하고, 먹여야 하고, 가르쳐야 하고, 안전한 등교와 귀가를 지도해야하고 용변까지도 관리해야 하는 등 1인 3역이 아니라 1일 5~6역을 감당하는 것이 보육교사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이런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결혼해 남편 따라 의정부로 이사했고, “화가인 저는 경희 초등학교 인근에 작업실을 개설하고 작품 활동을 하던 중 그림을 배우겠다는 한 어린이가 계기가 되어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자격증이 있던 저로서는 작품 활동도하고 제자도 가르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 후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자 학원을 개설했고, 가능동으로 옮겨 어린이집을 개원 올해 38년 되었습니다“라고 회고 했다.
“지난 38년 동안 내 교육 지론은 ‘세상에 안 되는 애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누가 아이에 대해 희망을 갖고 끊임없는 사랑하고 기도해 주느냐가 관건입니다. 한번은 군인이 된 제자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어린이집에 찾아왔습니다. 문을 열고 보니 어릴 때 꽤나 말썽을 부렸던 M군 이었고 또 한 번은 교사로 임용 되 당당한 교사가 되어 찾아온 여자 제자 K양이 딸과 함께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참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던 순간이었지요” “나의 삶을 돌이켜 보면 이런 제자들이 이 사회의 건강한 보통사람으로 커 간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큰 위로와 큰 보람이었습니다” 그녀는 교육현장에서 떠나지만 두 가지 만은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첫째는 학부모들은 어린이 교육현장에서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견디어내는 교사를 신뢰해야 하고, 두 번째는 행정관서에서 재정지원을 무기로 현장의 실무자를 옥죄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마지막으로 “이제 다시 태어나 유아교육교사를 하라면 ‘안한다’고 하겠지만, 나와 인연을 맺은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 사회의 건강한 시민사회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도하며 살아가겠다”며 눈가에 눈물을 흠치고 “지난 38년 힘들었지만 고맙고 감사했다”는 말을 남기며 폐업신고를 위해 시청으로 향했다.
취재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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