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예리의 문화 에세이 '김장문화'
현예리의 문화 에세이 '김장문화'
어김없이 올해도 김장철이 다가왔다. 전통적인 김장시즌은 입동(2016년 11월7일) 전후 5일 안팎이다. 기상청은 올해 김장 적기를 서울·경기 및 중부 내륙지방은 11월 하순~12월 초, 남부지방과 동·서해안은 12월 상순~중순 전반, 남해안은 12월 하순이라고 했다. 해마다 시기가 조금씩 늦춰지고 있는데 지구온난화 영향 때문이다.
우리 민족에게 김치와 김장이란 특별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기나긴 겨울동안 비타민과 무기질의 섭취는 생존의 필수품인데 채소를 섭취하는 방법이 김치뿐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청명한 기후와 산수가 풍요로워 채소가 연하고 향미도 뛰어나며 계절변화가 뚜렷하여 다양한 채소를 즐길 수 있지만 겨울엔 생산되지 않고 저장도 어려워서 건조처리나 소금 절임 등 가공에 남다른 슬기가 필요했다.
이처럼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철에 저장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김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김치류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중국의 ‘삼국지’,‘위지동이전’에 고구려조로 ‘고구려인은 술빚기, 장담그기, 젓갈 등의 발효음식을 매우 잘한다.’ 고 기록되어 있어 이 시기에 이미 저장발효식품을 습취하고 있음을 추정 할 수 있다.
그리고 ‘김장’이란 단어는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조선의 중종 22년(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 '저(菹)'를 '딤채 조'라고 하였다는 내용과 채소를 소금에 절여 두면 채소 속의 수분이 빠져 나와서 소금물이 되고 채소는 소금물 속에 침지 되므로 여기서 ‘침채(沈菜)’라는 말에서 ‘팀채’로 변화하고 다시 ‘딤채’로 변화되다가 구개음화현상으로 "짐채”로, 다시 구개음화의 역현상이 일어나서 "김채"로 변하여 오늘날의 "김치"가 되었다고 한다. 이 이론에 근거하여 ‘침장(沈藏)’이 김장으로 되었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몰라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2월 5일 우리나라 김장이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열리는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회의를 통해 한국의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가 세계가 인정하는 자랑거리가 되었다.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금 세계적인 음식으로 각광을 받는 김치는 우리의 것만이 아닌 세계인의 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김치가 단순히 음식으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김치를 담구면서 이웃과 이웃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만드는 김장문화라는 전 세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네스코는 김장문화가 한국인들에게 나눔과 결속을 촉진하고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유산인 점을 주목했고, 자연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식습관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들 간 대화를 촉진해 무형유산으로 충분히 등재 할 수 있었기에 이런 결과를 내렸다고 한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내일은 앞집 철수네 집에서, 그 다음날은 뒷집 영희네 집에서 돌아가면서 서로 김장을 담아주고 한 두 포기씩 얻어갔던 그런 문화가, 바로 우리네의 김장문화였다. 일명 품앗이라고 하는 고유의 풍습 중의 하나다. 지금도 이런 풍습은 예전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김장을 담그면 항아리에 가득 넣어 땅에 묻은 다음 먹을 때마다 한 포기씩 꺼내서 칼로 쓱쓱 썰어 먹기 전에, 한 줄기를 싹 잘라서 한 입에 길게 먹는 것이 김치 먹는 순서였다. 항아리에는 공기가 통하는 숨이 있어 항상 신선한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었다. 요즘은 김치냉장고가 그 역할을 대신하지만 김장문화는 누가 뭐래도 우리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문화라고 여겨진다. 글/ 현예리(방송인, 전통요리가)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