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신부의 한국사랑으로 100년 전 우리식물을 만나다
숭신학교장으로서 안드레아스 엑카르트 신부 (왼쪽 첫 번째 신부)
독일신부의 한국사랑으로 100년 전 우리식물을 만나다
한 신부가 100여 년 전인 1913년, 우리나라 전역에서 채집한 식물표본 420점을 국립수목원에 기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수목원(원장 이유미)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수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이 보유하고 있던 독일인 안드레아스 엑카르트 (Andreas Eckardt, 1884-1974) 신부의 식물표본 420점을 국립수목원에 기탁하는 협약서를 국립수목원 산림생물표본관에서 개최했다.
표본을 채집한 안드레아스 엑카르트 신부(한국명 옥낙안(玉樂安))는 교원양성과 대학교육기관설립의 목적으로 독일 가톨릭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1909년 한국으로 파견되어, 1911년 사립사범학교로는 우리나라 최초인 숭신(崇信)사범학교를 설립하고 숭신사범학교의 교장을 지냈으며, 이후, 해성학교의 전신인 야학 강습소(1921년)와 보록학교(1924)를 설립하는 등 우리나라 근대교육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
뿐만 아니라 안드레아스 엑카르트 신부는 일제가 한국문화를 말살하고자 했던 1920년대에 ‘한국어의 문법책(1923년)’, ‘조선미술사(1929)’를 비롯하여 한국의 어학, 예술, 음악, 문학과 철학에 대한 여러 중요 책자를 발간하여 남김으로서 한국의 문화를 지키고, 외국에 일본문화가 아닌 자주독립적인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독일에 귀환 후 한국학을 연구하면서,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위대한 한국학 연구의 선생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번에 기탁되는 표본은 안드레아스 엑카르트 신부가 1913년 한반도에서 채집한 식물 표본 308분류군 420점으로 일제강점기와 한국동란을 겪으며, 당시의 식물 표본 기록이 지금은 한반도에 거의 남아있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의 과거 식물 기록을 남기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또 6,25한국전쟁과 분단으로 북한의 식물을 연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시 금강산과 원산, 평강 등에서 채집된 표본과, 지금은 도시화된 수원에서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 실부추 등이 포함되어 있어 과거와 현재의 한반도 식물의 변화와 연구를 위해 과학적으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이번 표본의 기탁은 과거 외국에 소장된 한반도의 많은 식물 표본자료 중 공식적으로 처음 국가기관인 국립수목원 표본관으로 기탁되는 것으로 이는 우리나라의 식물을 알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를 찾은 의미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문화를 자주적으로 지켜내고 알려온 한 독일 신부의 한국과 한국문화, 그리고 한국인들의 교육에 바친 열정이 독일의 성 오틸리엔 수도원과 한국의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을 통해 후대에까지 전달된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국립수목원은 이러한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기탁 의미에 부합되도록, 식물분야 및 관련 연구자들의 연구목적의 관찰을 적극 지원하고, 표본 정보는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 국민들께도 제공할 예정이다.
독일신부의 한국사랑으로 100년 전 우리식물을 만나다
안드레아스 엑카르트 신부의 식물표본의 의미
초기 한국 식물분류학 연구는 3가지로 나뉜다. 외국인에 의해 1800년대 후반과 1901-1910년대 초반 프랑스 외방선교회 소속 신부들에 의해 제주도를 중심으로 식물을 채집했고, 1910년 중반-1945년 이전까지로 나눌 수 있다.
특히 Faurie와 Taquet은 프랑스 외방선교회 소속의 신부들로서 이들에 의해서 약 1만 여점의 표본이 수집되어 프랑스, 영국, 미국 등으로 보내져 여러 분류학자들에 의해서 한국 식물들이 연구되고, 학계에 보고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표본들은 유럽, 북미, 일본 등으로 보내지고, 한국에 남아있던 표본들은 한국동란 때 파괴되어, 현재 한국에서는 당시의 표본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서 국립수목원에 기탁한 안드레아스 엑카르트 신부의 표본은 1911년(1점), 1913년(414점), 1914(5점)년도에 채집된 표본들로서, 한국에서 찾기 어려운 우리 식물의 과거 기록을 되짚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들이다. 자료제공/ 광능 수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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