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희망인 세상
“우리가 사는 도시가 더 따뜻하게 물들기를 기원하는”
청년 연출가 이민성
우리는 팬데믹(pandemic)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팬데믹이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한 감염병 대유행을 경고하는 최고등급의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작년 초 발병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강타, 수많은 생명을 빼앗아 갔고, 오늘도 수백만의 사람들이 병상에 누워 병마와 싸우는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우리 방역 당국도 코로나 방역을 위해 오후 6시 이후에는 2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대응 최고 단계인 4단계를 발령하면서 도심은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의 모습은 사라지고, 식당가의 빈 의자는 한숨과 삭막한 도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여유와 인간애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퍼퍼먼스가 도심 한가운데서 펼쳐져 지역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청년 연출가 이민상(23세, 사진)씨. 그는 의정부에서 태어나 군 복무를 마치고 현재는 동국대학교에서 중국어 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그가 연출한 퍼퍼먼스 ‘비상 꽃 프로젝트’는 ‘매일 다니던 길 앞에 놓인 한 줌의 꽃다발, 여러분은 꽃다발을 보고 누구를 떠올리나요’라는 명제를 스스로 제시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의 주요 공간에 꽃다발을 비치, 시민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인문 실험극에 도전했다.
6월 23일부터 7월 4일까지 총 2주간 매일 의정부 ▶정보도서관, ▶아트캠프, ▶행복로 문화의 거리 3곳에 119를 연상케 하는 소화전 모양의 상자를 디자인하고 직접 만들어, 붉은색 꽃다발을 넣고, 누구든 꽃다발을 가져가도 좋다는 문구를 붙어 시민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주간 매일 새로운 꽃다발을 넣은 결과 90% 이상 꽃다발은 사라졌고, 조사한 결과, 필요한 사람들의 손을 거쳐, 뜻 있는 사람에 꽃이 전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의 표시로, 어떤 이는 갈등의 끝인 화해의 증표로 사용되기도 했고, 특히 코로나 시대에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자신에게 꽃을 전하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 본 청년 이민성 연출자는 “의외의 장소에서 꽃다발을 발견한 과정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을 싹 틔울 수 있길 기대했다”며 “일상 속 공간에서 만난 낯선 선물을 통해 선물하는 이와 받는 이의 작은 기쁨이 점차 확장되어 코로나로 정체된 시국에 온 도시가 더 따뜻하게 물들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 프로젝트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문화운동 선상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힌 이민성씨는 “두번째 인문 실험극으로 장애 인식개선 방안 모색에 도전하겠다”며 “휠체어를 타고 의정부 지역을 두루 다니며 체험적으로 느낀 내용을 중심으로 의정부시 장애인 정책개선 건의문을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비상 꽃 프로잭트’는 한 청년의 따뜻한 마음에서 출발한 창작 아이디어로 작은 헤프닝 이었으나 코로나19 시대에 비인간화되고 세속화되어가는 비정의 사회에 따뜻한 나눔의 문화가 우리의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간다는 ‘희망의 몸짓’이 되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이런 실험극이 가능하도록 ‘문화도시 100만원 실험실’을 기획한 의정부문화재단 관계자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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