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일의 문화 에세이 '서점에 좀 갑시다'
이관일의 문화 에세이 '서점에 좀 갑시다'
얼마 전 경향신문에 ‘동네 서점도 사라지고 있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그 내용을 보면 정말 충격적이다. 기사에 의하면 지난 15년 사이 동네 서점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1995년 5449개였던 서점이 2012년 1723개로 줄어 68.4%가 사라졌는데 서울은 그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경향신문사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등록된 서점과 행정동을 조사한 결과 서울시 817개 동 가운데 서점이 한 개라도 있는 동네는 246곳으로 30.1%에 불과했다. 얼마 전 서울 신촌 홍익문고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식이 전해졌고, 강남 영풍문고가 개점 10년 만에 문을 닫는 등 대형서점도 맥을 못 추니 동네 서점은 말할 것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책천자(冊賤者)는 부천자(父賤者)라는 말이 있다. 책을 천하게 여기는 자는 아버지를 천하게 여기는 자와 같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책을 귀중하게 여겼다. 바로 우리 조상님들의 이야기다. 잘 알고 있듯이 지구상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최고(最古)의 목판 활자 인쇄본은 1966년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탑신부에서 발견된 통일신라 때 불경인쇄본(佛經印刷本)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라는 책이다. 또한 세계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물 역시 ‘직지심경’(直指心經)으로 잘 알려진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그만큼 우리민족은 오래 전부터 책을 잘 만들고 책의 귀중함을 아는 민족들이었다.
인류 지적 재산의 가장 큰 손실은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화재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기원전 3세기 초 세워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당시로써는 세계 최대 규모로 양피지에 쓴 장서만 70만 권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원전 48년 시저와 이집트군이 벌인 전투 와중에 불이 나 유실돼버렸다. 그리고 두 번째가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다. 중국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학자들의 정치적 비판을 막기 위하여 민간의 책 가운데 의약(醫藥), 복서(卜筮), 농업에 관한 것만을 제외하고 모든 서적을 불태우고 수많은 유생을 구덩이에 묻어 죽인 일로 수많은 고대 서책들이 한줌의 재로 변했다. 겨우 남은 서책들도 항우가 함양에 들어가 아방궁에 불을 질러 3개월을 타면서 모두 없어진 것이라 한다. 이런 손실이 이것뿐이겠는가.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강탈해간 우리의 귀중한 책과 문화재는 얼마나 될까? 그냥 어림잡아 계산할 뿐 아직도 정확히 파악을 못하고 있다. 물론 일본정부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다고 하니깐 그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하겠다. 지난 2003년 문화재청의자료에 의하면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0여 개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의 문화재는 모두 75,226점이고, 특히 일본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34,157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일본 정부의 발표이고 개인이나 박물관 혹은 대학이나 사찰 등이 보유하고 있는 미확인 문화재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자~ 이야기를 다시 앞으로 돌려보자. 물론 이러 문제들이 인터넷 서점의 온라인 할인과 e북 확산 등 시대의 급속한 변화 때문이지만 그래도 너무 책방을 찾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그렇다 치고 사람들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책은 일정한 목적, 내용, 체재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여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책’이라는 존재의 넓이와 깊이를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책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책은 바로 우리의 생활이고 삶이다. 삶은 말과 행동의 연속이다. 말과 행동은 바로 지식이며, 지식이 있어야 우리는 바른 행동과 올바른 말을 할 수 있다. 즉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려면 지식이 담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면서 알아야 될 모든 지식을 제공해 준다. 죽는 날까지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는 평생 교육이요, 학습이다. 또 우리가 하늘을 바라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시를 쓰고, 고통을 당하고 그리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삶의 모든 지식과 지혜가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그런 것이다. 이관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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