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의 단상
겸재 정선의 '금강산'
‘선비정신과 자연 그대로 표현하는 무작위(無作爲) 정신'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을 지키고 이끈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정신을 지니고 있다. 배는 물이 없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처럼 배와 물은 언제나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배 속에 물이 들어오면 정말 큰일이 난다. 예술가들이 배라면 사회는 물이다. 언제나 함께 해야 하지만 예술가들의 정신에 사회라는 물이 들어오면 그 예술은 망가지고 만다. 이런 정신을 ‘선비정신’이라고 한다.
선비정신은 단순히 유교적 교양을 갖춘 사대부(士大夫)의 정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대의를 위하여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불굴의 정신이다. 이러한 선비 정신은 우리 민족의 고유 사상인 풍류도와 화랑도 정신이 오랜 역사를 통해 연연히 이어졌으며 고려, 조선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이런 선비정신이 우리의 예술에 녹녹히 젖어들어 비록 부(富)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도 결코 젖어들지 않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지키고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우리민족 미술의 특징은 소박한 느낌이 흠뻑 묻어 있는 자연과 함께하는 모습이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그 느낌이 더더욱 강하고 집착하고 있다. 한국의 미술은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독특한 미감을 가지고 있다. 학자들에 따라서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대체로 우리나라 미술은 '고귀한 단순'과 같은 ‘덤덤한 조형미’라고 보면서 그 내면에는 소박미와 해학미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소박성, 단순성, 자연성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자연에 대한 편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즉 자연과 함께하는 모습이 작품 주제의 대부분으로 자연의 소박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며, 그 때문에 더 정겹고 따뜻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가득히 작품에 녹아있다고 했다.
일부러 꾸미거나 뜻을 더하지 아니하는 무작위(無作爲) 정신이 우리 미술의 근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러한 무작위(無作爲)의 근원은 사실상 자연주의 철학의 절정에 이른 사상들과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미술을 포함 모든 예술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일부러 꾸미지 아니한 자연이며 이것이 우리나라 미술의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글/ 이애련(한국화가)
한국미술의 단상
겸재 정선의 인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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