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최송림이 만난 사람
남청산 정변지사 주지 '용하스님'
'보시행이 중생의 으뜸 가치'
'보시행이 중생의 으뜸 가치'
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포천 허브 랜드 입구의 남청산자락 대한불교조계종 정변지사 주지 용하스님은 한창 바빴다. 그는 재작년 말 동두천 보산동 미2사단 뒷산 중화사를 떠나 이곳에 새로 절을 지어 거처를 옮겼다. 사찰명은 그때 부처님의 여래십호(열 가지 이름) 중 여래(如來), 응공(應供)에 이어 세 번째인 정변지(正遍知)에서 따왔단다. “부처님은 일체의 모든 지혜를 두루 갖추셨기 때문에 세계와 우주의 모든 물질과 마음에 대해서 다 아신다는 뜻이죠.” 그럼 우리 중생들은 어떻게 사는 게 부처님 보기에 좋겠느냐고 우문을 불쑥 내밀자, 스님은 마음이나 물질이 가난한 이웃을 헤아리며 함께 더불어 사는 “보시행이 중생의 으뜸가치’라는 현답을 게송처럼 던졌다. 요즘 매스컴에 간혹 오르내리는 승려들의 불미스런 사건들에 대한 죽비는 단호하다. “스님들이 공부를 제대로 한다면 하루해가 짧을 정도로 시간이 부족한데, 수행을 게을리 하면 시간이 남아돌아 딴 짓에 빠지는 우를 범합니다. 은처(隱妻)에 주색음행, 도박의 유혹이 그것입니다.”
어언 법랍 40년의 절집 세월 속에 그는 의정부경찰서 경승도 했고, 때로는 일요일마다 군부대를 찾아 일선장병들에게 법문을 들려주었는가하면, 조계종 포교원 포교국장으로 중앙무대에서 사판 일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교육원이 주도하는 불교의식 한글화 보급 염불 지도교수로서 전국 순회강연을 보시하며 맹활약 중이다. 유불선 삼도통달 각성 큰스님을 모시고 동국대 정각원이 주최하고 전강원이 주관하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스님들의 월 2회 공부모임은 벌써 수년짼데 그는 대외협력위원으로 힘을 보탠다. 서울 금호동에 포교원도 있다.
그렇듯 하루가 멀다 하고 포교원과 절을 오가며 법회를 열고 신도를 만나는 그 바쁜 틈을 쪼개 충전하듯 인도와 네팔, 티베트 등 동남아 불교 성지순례도 부지런히 다녀온다. 그는 출가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육사에 가서 장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속세에의 인연과 추억을 살짝 떠올린다. 요컨대 그는 한학과 주역, 삼국지 같은 역사물에 능통하며 TV를 봐도 ‘무신’ 성향의 드라마만 고집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공연희곡 <꽃비>와 <하카리> 2편의 작품을 쓰는데 그의 도움이 컸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겠다. 그한테 풍기는 사람냄새는 절 지킴이 견공(犬公)이 독사에 물려 온몸이 퉁퉁 부은 걸 돼지비계로 낫게 해줬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들려줄 때 아카시아 향기처럼 더욱 진하게 풍긴다. 신도들의 눈엔 그 인간적인 농부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밀짚모자를 쓰고 절 뒤 잣나무 숲 속 넓은 텃밭에 자연친화 무공해 채소 가꾸길 무척 즐기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사찰음식 먹거리 남새야 자급자족으로 육체적 건강을 챙긴다지만, 이 텃밭의 미래를 펼치는 스님의 꿈은 소박하고도 원대하다.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살찌울 청정도량을 짓겠다는 청사진이 영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출발점의 작은 터전이지만, 머잖아 본격적인 사부대중 부처님의 기도처가 반드시 형성되고야 말 것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미상불 일생일대의 불사(佛事)를 꿈꾸는 스님의 눈엔 언뜻언뜻 무지갯빛 불국정토가 별빛처럼 어린다. 그래서 더욱 세상의 어둠을 밀어내며 자비의 빛을 밝히는 연등을 바라보고 머금는 스님의 미소가 염화시중인 양 평화로운지 모르겠다. 글/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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