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하늘호수 ‘판공초’
내 인도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레’를 가기 위해서는 스리나가르 또는 마날리를 꼭 경유해야만 한다. 우리 일행은 이미 마날리를 거쳤기 왔기 때문에 스리나가르를 경유하기로 했다.
이곳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종교분쟁지역으로 총성이 난무하고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죽기도해 여행자들에게는 권하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인도여행전문가의 도움으로 미니버스를 대절해 새벽 6시에 출발하였다.
약16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한 한밤의 스리나가르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음산하고 긴장감이 맴돌았다. 오는 길 내내 주의사항을 들어, 겁을 잔뜩 먹은 우리는 몰려드는 호객꾼들 속에서 신속하게 숙박시설 관계자를 찾아 이동했다.
시크라(작은 나룻배)를 타고 달빛만으로는 얼마나 넓은지 보이지 않는 호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물위에 배를 띄어놓고 생활하는 하우스보트라 불리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고, 인심 좋은 주인 덕에 밤 11시가 넘었지만 카레요리에 주린 배를 채웠다.
다음날 아침의 날 호수의 풍경은 어제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파란하늘엔 뭉게구름과 저 멀리 히말라야 설산이 어우러져 있고 잔잔한 호수위엔 연꽃이 우아하게 자릴 잡고 있었으며 물길 사이로 아저씨들이 시크라를 유유자적 타고 다닌다. 스리나가르를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고 불리었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진짜 신선이 사는 곳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해가질 쯤이면 시크라를 타고 석양이 제일 예쁘게 보이는 곳으로가 연꽃 줄기로 목걸이를 만들며 신선놀음을 해본다. 이 호수 밖은 무장군인들이 곳곳에 서있어 분쟁지역임을 대번에 알 수 있는데... 호수 안은 지금까지의 인도여행 장소 중 가장 평화롭고 여유롭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신선놀이에 흠뻑 취해 계획보다 오래 지체하여 4일 동안의 꽤 많은 숙박비를 지불하고 우리는 우리 여행의 종착역인 ‘레’로 가기 위해 저렴한 현지인 버스를 탔다. 불편하고 힘든 1박2일의 버스이동이 끝나서야 드디어 인간이 상주하는 도시로는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는 해발고도 약 3500m의 ‘레’에 도착하였다.
조금씩 높은 지역을 거쳐 온 터라 고산지대에 익숙해 질만도한데 버스에서 내려 몇 발자국 걷자마자 숨이 차 걸을 수가 없었다. 빵빵하게 부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헉헉거리면서도 한바탕 웃는다. 먼저 도착한 한국인들이 이곳에서 하지 말아야할 몇 가지를 알려준다. 술, 흡연, 달리기 등 고산지대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그림 같은 바깥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방에 짐을 풀고 나와 하늘호수라 불리우는 ‘판공초’를 가기위해 5명의 일행을 모아 지프를 예약했다. 내가 인도여행에 온 가장 큰 이유이며 나의 마지막 일정이다.
호수에 비치는 밤하늘의 별을 보기위해 1박2일을 계획했으나 6월말에서 9월초까지만 육로가 열리는 ‘레’는 지금이 한창 성수기인 탓에 당일치기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배낭여행의 묘미는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긴 이동시간에 익숙해져 왕복 10시간이면 충분히 오고 간다는 말에 맘을 너무 놔버린 건 큰 오산이었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두 번째로 높은 고개인 ‘창라‘(해발 5360m)를 지나야하는데 고산병 약은커녕 멀미약도 먹지 않고 식량도 없이 지프에 올랐다. 하지만 차에 탄지 10분 만에 멀미를 하기 시작하여 ’레’에서 ‘판공초’로 가는 아름다운 경치를 반 이상을 놓치고 말았다.
다음호 계속
박우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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