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안부
김포 들녘으로 나섰다.
땅 언저리에는 아직도 겨우내 냉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낡은 비닐이 걸쳐진 남루한 나뭇가지는 야위어 있고
목이 부러진 파라솔은 임진강가에 철없이 누워 있다.
아지랑이는 아직 먼 얘기다.
그래도 목을 빼어 어디선가 틈을 비집고 나올
봄의 전령을 눈을 비비며 찾으려 했다.
4월이 오면 눈부신 목련이
하얀 배꽃이
개울가에 노란 산수유가 분명 춤을 추고 웃을 것만 같다.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가슴 조아리며 이 봄을 기다렸던가.
유례없었던 지난 엄동설한
그래도 기꺼이 버텨내었던 몸과 마음은
이제 따스한 햇살 한줌을 그리워하고 있을 때도 되었다.
곁에, 혹은 멀리서
안부조차 묻지 못했던 연인과 벗님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얼핏 곧 다가올 봄날의 꿈결 같은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슬그머니 그 안부를 묻고 싶다.
바람 한 줄기가 코끝을 스치고 갔다.
그리운 것은 비단 봄날만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이다.
그 사람들이 내게 훈풍보다 더 따뜻하고 안온한 삶의 희망을
아니, 목련보다 더 우아하고 찬란한 꿈의 메시지를 던져 줄 것만 같으므로...
오늘
그 4월을 기다리며
노래 한 자락을 콧노래로 부른다.
“목련 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박미루 作(시인이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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