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일의 한판극 ‘신(新)콜라병’
통일문화재단(이사장/서기원)은 2011년 원-코리아 페스티벌(One-Korea Festival) 행사의 일원으로 소속 극단 ‘발바딧’(악학궤범에 나오는 순 우리말로 ‘밟고 딛고 일어서는 춤사위’를 뜻함)의 신(新)콜라병을 무대에 올린다. 극단 ‘발바딧’은 지난 10여 년 동안 북경기지역 사회에서 실험적 창작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왔다.
이번 기획 작품 ‘신(新)콜라병’은 한 전쟁둥이 소리꾼의 해학과 풍자를 통해 민족 분단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우리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한다. 특히 고(故)박동진 선생의 수제자이며 시대의 소리꾼인 이정일 선생이 주인공으로 출연 소리꾼ㆍ양공주ㆍ미군ㆍ재미교포ㆍ엿장수 등 1인 18인역의 다양한 인물 궤적을 따라 우리 한국 근대사의 환부를 조명한다.
‘신(新)콜라병‘(최송림 작/현성주 연출)은 지난 93년 ‘콜라병’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대학로 ‘충돌극장’에서 초연 때부터 각 매스컴의 많은 관심과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었다. 당시 초연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 이정일 선생이, 새로운 시대를 반영한 ‘신(新)콜라병’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극의 연출을 맡은 현성주(56세)씨는 북경기신문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는 언론인이면서 경기도 연극협회 부회장, 의정부연극협회지부장을 지낸바 있는 연극인이기도 하다. 그가 첫 데뷔 연출작에서 어떤 맛을 낼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성주 연출은 “이번 공연은 이 연극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북경기지역의 수부도시 의정부에서 초연을 하게 되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이번 공연의 고수는 대금의 명인인 신승민(28세)씨, 기획은 옛 성성회(성균관대와 성심여대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의정부최초의 대학생 극회) 멤버로 활약한 유광식(51세)씨가 맡았다.
일시 : 11월 22일(화)~23일(수),
첫날은 7시, 마지막 날은 4시와 7시, 총3회 공연
장소 : 의정부예술의전당
입장료: R석 2만원, A석1만원
○ 작품 줄거리
전쟁둥이 소리꾼 조만득이 고향 동두천에서 미군에게 살해당한 양공주 사건 현장을 보고 관객들에게 타령을 하면서 극은 시작된다. 그의 어머니도 양공주였던 것이다. 어머니는 전쟁 때 국방군인지 인민군인지 구분도 못할 탈주병에게 강간당해 조만득 아니 부똘이를 낳았다. 부똘이는 어머니에겐 천덕꾸러기이지만 아이들에겐 꼬마대장으로서 기지촌 문화에서 성장한다. 어머니는 병적으로 콜라를 좋아하더니 이윽고 미군과 결혼, 자식을 버리고 꿈에 그리던 미국으로 떠난다. 고아가 된 부똘이는 떠돌이 가객이요 엿장수인 조백근을 만나 이름도 조만득이라 바꾸고 소리꾼의 길을 걷는다. 조백근은 원래 평안도 출신의 마지막 가객으로서 일제의 조선 문화말살정책에 대항한 투사였다.
교회를 앞세워 미신의 굴레를 씌우고 성황당을 허물 때는 방화로 맞섰다. 전국을 누비 던 조백근의 엿장수 생활도 간첩으로 몰림으로써 끝난다. 그의 속옷에 감춘 비밀지도가 결정적인 단서다. 그의 지도에 대한 비밀을 만득에게만 알려 주고 눈을 감는다. 그것은 떠돌아다니면서 골동품을 파묻어 둔 개인 지도였다.
왕족에게서 하사받은 골동품도 있다. 조만득은 골동품을 팔아 앙드레 박의 주선으로 미국 순회공연을 떠난다. 어머니를 찾겠다는 일념에서다. 그러나 어머니는 커녕, 자본주의 쓰레기 문화에 대한 실망만 안고 빈털터리로 귀국한다. 그 길로 어머니의 채취를 더듬으며 어릴 때 고향인 동두천을 찾는다. 하지만 동두천은 어머니가 양공주이던 그 시절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욱 비참한 사건과 만난다. 소리꾼으로서 그는 처참하게 죽어간 이름 모를 그 여자를 위한 진혼곡, 아니 어머니를 위한 장송곡, 사모곡인 동두천타령을 완성, 그 여자의 장례식 날 혼신의 힘으로 소리한다. 막이 내리기전에 병째 박테리아. 세균덩어리라고 콜라병을 던지는 조만득의 마지막말이 여운을 남긴다.
‘우리 어머닌 아직도 동두천에 살아있습니다!’
이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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